[이라크戰 임박 Q&A]"대량살상무기로 미국 공격 할 수도"

  • 입력 2002년 12월 25일 19시 14분


《이라크에 전쟁의 모래 폭풍이 일고 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24일 “세계를 장악하려는 미국이 거짓말을 일삼으며 이라크를 공격하려 들고 있다”면서 “이라크는 성전(聖戰)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항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국은 내년 1월 중순까지 이라크 주변에 12만 지상군을 배치하고, 걸프만에 트루먼호 등 4척의 항모와 수백대의 함재기를 보내기로 했다. 마주 달려오는 기관차처럼 충돌을 앞둔 이라크 사태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식으로 풀어본다.》

Q:美가 노리는 최후목표는…"테러지원 가능성" 후세인정권 전복

지난해 9·11 테러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미국의 안보전략도 그 가운데 하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올 1월 연두교서를 통해 “미국에 위협이 되는 세력들에 대해 기다리거나 위기가 가까이 오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이라크와 이란, 북한을 ‘악(惡)의 축(Axis of evil)’으로 선언했다. 미국에 테러를 가한 세력은 물론 ‘위협이 되는’ 세력까지 응징하겠다는 선언이다.

이후 이 선언은 미국에 위협이 되는 세력에 대해 예방적 차원에서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통해 응징하겠다는 국방부의 ‘선제 공격(pre-emption)’ 전략으로 구체화됐다.

특히 미국은 이라크가 장거리 미사일과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해 온데다 이를 테러세력에 지원할 가능성이 있어 이스라엘과 중동지역은 물론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81년부터 8년 간 이란과 전쟁을 벌였을 때와 88년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사린가스 등을 사용한 바 있다. 또 후세인 대통령은 90년 쿠웨이트를 침공한 전력이 있으며 철권통치로 국민을 억압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해 후세인 정권을 전복하려고 하고 있다.

Q:공격 명분 확실한가…'사찰방해땐 공격' 우엔결의안 통과

부시 미국 대통령은 8월까지 이라크가 알 카에다를 지원하는 등 모종의 관련을 맺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확증을 내놓지는 못했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 러시아 중국은 이라크가 테러 세력과 연계돼 있다는 확증이 없는데다 전쟁은 큰 민간인 피해를 일으킬 수 있으며 ‘후세인 정권 전복’이라는 전쟁 목표도 내정 간섭의 성격이 짙다고 전쟁에 반대해 왔다.

결국 미국과 영국은 9월 이라크의 문제를 유엔에 가져가 이라크에 대해 무기사찰을 실시하자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미국이 외교력을 동원해 중동과 안보리 국가들을 설득한 끝에 안보리는 11월8일 이라크에 대한 결의안(제1441호)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 보유 실태를 공개하고 유엔 무기사찰단도 실태를 현장 조사한다는 것이다.

이라크가 ‘실태’를 유엔에 거짓 보고하거나 사찰단의 조사를 조금이라도 방해한다면 이는 ‘중대한 위반(material breach)’이며 군사 행동을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도 들어 있다. 미국은 이같은 결의안을 통해 이라크 공격에 대한 명분을 세웠다.

Q:이라크 살상무기 있나…사찰단 아직 못찾아…이라크 "없다"

사찰단이 11월27일부터 이라크내에서 활동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찾아내지 못했다.

이라크는 과거의 대량살상무기를 모두 파기했으며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Q:美가 주장하는 '중대한 위반'이란…이라크 보고서에 생화학부문 빠져

미국은 이라크가 12월7일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를 가져가 별도로 검토했다. 검토 결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9일 이라크에 대해 ‘중대한 위반’을 선언했다. 이는 이미 98년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무기사찰 결과 탄저균 등 생화학무기를 개발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도 이번 이라크의 보고서에는 이들을 어떻게 처리했다는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밖에도 이라크가 빠뜨리거나 기만한 부분이 상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현장 조사 결과가 아닌 이라크의 보고서 내용을 문제 삼아 ‘중대한 위반’을 선언한 것이다. 이 선언으로 이라크에 대한 공격은 기정 사실화됐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이라크가 무기 은닉에 능란해 무기사찰단이 은닉된 무기를 찾아낼 수 없을 것이라는 불신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중대한 위반’ 선언을 미리 해놓음으로써 이를 정식 판정할 유엔 안보리와 무기사찰단을 압박하고 있다.

Q:이라크의 대응책은…"美 석유 챙기려 전쟁" 아랍단합 촉구

후세인 대통령은 미국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측은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다음 가는 이라크의 석유 자원을 획득하고 아랍 전체를 장악하기 위해 이라크를 공격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외교적으로도 아랍권과 유럽 등지에 미국의 공격을 막아달라며 특사를 파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라크는 미국에 대해서는 공격 명분을 주려 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통령궁까지 개방하는 등 사찰단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미국에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지 말고 증거를 대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은 후세인 대통령이 은닉한 대량살상무기의 실태를 고스란히 공개하고 해체한다면 정권을 전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라크 내부에 반란이 일어나 현 정권을 전복할 경우에도 이라크는 전쟁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이 대단히 낮다.

Q:전쟁이후 어떻게 될까…장기전땐 유가급등 세계경제 악영향

미국은 동맹국들을 규합해 내년 1월 말∼2월 초 공격을 시작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군 12만명, 영국군 5만명이 주력군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라크의 군사시설을 집중 공습하고 개전 2일내 이라크의 남 북 서부로 지상군을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걸프전 때보다 훨씬 발달한 정밀 유도 미사일과 대량 적재 폭격기가 속전속결 전략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개월내로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킨 후 국외 추방된 반대파인 이라크 국민의회(INC)를 데려와 민간정부를 세우거나 새로운 군부 지도자에게 정권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새 정권 유지를 위해서 최대 25만명의 미군 등 유엔 평화유지군이 투입될 것이다.

이럴 경우 내년 미국은 0.5%, 아시아는 0.2% 가량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예측했다.

그러나 이라크가 은닉한 생화학무기를 사용해 미군 사상자가 대규모로 발생하거나 이스라엘에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해 전쟁에 끌어들이는 사태도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중동 전체가 불안해지거나 전쟁이 3개월 이상 끌 경우 국제 유가는 80달러 이상 치솟고 세계 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질 우려도 있다.


용어설명…비행금지구역 유엔 “反후세인 세력 보호”…이라크 남북부에 설정

▽비행금지구역(No-fly zones)〓91년 걸프전이 끝난 후 이라크 북부(북위 36도 이북)와 남부(북위 33도 이남)의 상공에 미국이 설정한 구역. 이라크 전 영공의 절반을 넘어선다. 이라크 비행기는 어떤 이유에서도 이 구역 상공을 비행할 수 없다. 이라크 공군이 사담 후세인 정권에 반대하는 북부의 쿠르드족과 남부의 이슬람 시아파교도 거주 지역을 공습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비행금지구역이라도 지상에서는 이라크의 행정력이 미친다.

미국과 영국의 공군기들이 터키 등 주변 기지에서 매일 출격해 이 구역을 초계비행한다. 이들 공군기는 이라크군의 대공포화에 대응해 이라크 군사시설을 공격해 왔지만 전쟁이 아니라 단순한 대응 차원의 공격이다.

▽대량살상무기(WMD·Wea-pons of Mass Destruction)〓핵무기 생물무기 화학무기를 가리킨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는 1967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체결하고 자신들 외에 핵 개발을 금지했다. 그러나 몰래 개발해 온 인도 파키스탄 등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 사린가스 겨자가스 같은 화학무기는 93년에, 악성 세균 같은 생물무기는 75년에 생산, 보유가 금지됐다.

▽유엔 무기사찰단(UN Inspec-tion team)〓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소속의 무기 컴퓨터 통신 생물 화학 언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 소속 요원은 생물 화학 무기 사찰을, 국제원자력기구 소속 요원은 핵무기 사찰을 맡고 있다. 현재 120여명이 이라크에 투입돼 있으며 헬기 등을 동원해 이라크 곳곳에 대한 불시 사찰을 벌이고 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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