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저널은 기업들이 종업원 명의로 생명보험을 들어놓은 뒤 종업원이 사망할 때마다 보험금을 타내는 신종 투자기법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난해 12월30일 보도했다.
기업들은 퇴직자까지 사망 여부를 확인해 보험금을 챙기고 있으며 가족들에게 한푼도 주지 않는다는 것.
이 신문은 하트포드 생보사가 9 · 11테러로 숨진 희생자의 가족이 아니라 희생자의 소속 회사에 보험금 200만달러를 지급하는 것을 발견한 이래 지금까지 장막에 가려 있던 기업과 생보사의 관계를 집중 추적해 이같이 밝혀냈다.
기업들은 생명보험에 가입한 돈에 대해 면세혜택을 받고 나중에 불입금보다 많은 보험금을 타낼 수 있기 때문에 1석2조의 투자효과를 얻는다. 와초비아사의 경우 지금까지 61억달러(약 7조3000억원)를 불입, 200억달러(약 24조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예상하고 있다. 키코프사는 20억달러를 불입, 보험금으로 80억달러를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피보험자가 죽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 바람이 어쩔 수 없이 빗나가는 상황에 대비해 생보에 가입한다. 반대로 기업들은 생보를 종업원들이 일찍 죽어줄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 투자대상으로 여길 뿐.
최근 출간된 소설 ‘보증된 살인(Murder Insured)’에서는 분기별 수익목표를 맞추기 위해 회사 직원의 살인을 청부하고 보험금을 타내는 내용이 나온다. 베테랑 보험 세일즈맨인 이 책의 작가 스티븐 라이드는 회사가 자신의 명의로 보험에 가입하려고 하자 “내 목에 현상금이 걸려 있는 걸 원치 않는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기업들로서는 눈앞의 ‘현상금’을 놓칠 수 없다. AT&T, 네슬레, 암웨이 같은 굴지의 기업이 앞다퉈 생보에 가입하고 있다. 파네러 브레드사는 2001년 300만달러의 보험금을 받았다. 그 해 순익의 4분의 1 규모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01년 생보에서만 순익 1억9600만달러를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사들도 기업 생보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 모니 그룹의 경우 지난해 3·4분기까지 기업 생보 매출이 128%나 증가한 1억2400만달러인 반면 다른 생보 매출은 3% 감소, 9400만달러를 기록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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