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는 1987년 한 해 16.9%의 폭락을 겪은 이래 지난해 15년 만의 최대 규모인 9.6%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 같은 달러의 추락은 지난해 미국 경제가 침체한 데다 테러와의 전쟁에 따라 미국 시장에 대한 불안 심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또 어느 때보다 낮은 미국 금리에 미국 증시 침체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달러화 동반 하락을 부추겼다고 독일 코메르츠 방크는 분석했다. 미국의 경제 여건이 좋지 않자 투자자들이 유로권을 더 선호하게 됐으며 달러 대신 유로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새해에도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는 미국 실물경제 지표들에서 파악할 수 있다고 2일 전했다.
미국 콘퍼런스보드가 지난해 12월31일 공개한 2002년 1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년 만의 최하 수준(79.6)에 근접한 80.3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고용불안 때문에 소비를 줄여나가고 있으며 예금금리에 비해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높아 소비자들의 빚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FT는 전했다.
이와 함께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말 내구재와 산업 장비, 선박 주문량이 대폭 줄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또한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까지 치솟은 미국의 대외 부채도 달러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의 채무가 증가하자 외국인들은 미국 내 자산 구입을 꺼리고 있으며, 이는 달러화에 대한 구매력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달러화 약세가 국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달러화와 함께 가치가 연동되는 중국 위안화와 홍콩 달러도 평가 절하되는 셈”이라며 “한국과 중국이 수출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경공업 분야에서 한국이 다소 불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한국 기업들은 유리한 환율에 의지해온 관행에서 벗어나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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