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투사 생사의 갈림길에…

  • 입력 2003년 1월 2일 18시 53분


말기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미얀마 민주화운동가가 정부의 난민지위 인정이 늦어지면서 신장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해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미얀마 전국학생회연합의 간부로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활동을 벌이다 1996년 한국으로 탈출한 마우마우 르윈(37·사진)은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 한국 지부를 결성, 군사정권의 인권 탄압을 알리는 등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하지만 르윈씨는 2001년 4월 말기 신부전증 진단을 받아 이국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다. 뜻있는 의사들의 도움으로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 치료를 받았지만 병세는 갈수록 악화됐다.

투석 치료가 정상 신장의 10% 기능밖에 못해 두 차례만 투석을 거르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 르윈씨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신장 이식 수술이지만 국내에서는 신장을 기증받지 못해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여 있다. 르윈씨의 소식을 접한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의 미얀마 민주화운동조직에서 신장 이식수술을 해주겠다는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열린 정부의 난민인정협의회에서는 르윈씨를 포함한 NLD 활동가 3명에 대한 난민인정 결정을 유보했다. 외국 출입국에 필수적인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함에 따라 르윈씨의 수술은 일단 미뤄지게 됐다.

낯빛이 검게 변해 병색이 완연한 르윈씨는 “당장 내 처지가 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화운동에 계속 전념하면서 한국 정부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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