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독일에 알린 구기성 前본대 교수 별세

  • 입력 2003년 1월 16일 18시 05분


한국 문학작품의 독일어 번역과 한국문학 전문지 발간 등을 통해 한국문화와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온 구기성 전 독일 본대 교수가 12일 독일 현지에서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72세. 그의 ‘한국문학 알리기’ 작업에 참여해온 국내 문인들과 독문학계는 “유럽 중심부에서 정력적으로 우리 문화를 전파해온 값진 인물을 잃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931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난 구 교수는 서울대 독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67년 독일 베를린대에서 릴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 숙명여대를 거쳐 서울대 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72년 본대에 교환교수로 초빙됐다.

2년 임기를 마친 뒤 “이곳에서 한국을 알리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며 서울대와 본대의 협의를 거쳐 본대 한국어학과 신설과 함께 초대 학과장으로 부임, 독일에 정착했다. 이후 ‘현대 한국단편선’ ‘한국문학선집’ 등을 번역해 현지에서 출판하는 등 독일어권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82년에는 한국문학 전문 독일어 계간지 ‘한’을 창간, 체계적인 한국문학 소개의 장을 마련했다. 그의 제자인 안삼환 한국독어독문학회장(서울대 교수)은 “고인은 매사가 분명하고 강직했으며 자신의 일에 최대한 충실했던 타고난 선비”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70년대 독일 유학 중 만났을 때는 고인이 ‘독일의 모든 점을 본받을 만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으나, 최근에는 ‘한국이 민족성 전통문화 등 여러 면에서 독일보다 훨씬 낫다’고 자부심을 표현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장례식은 20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다. 031-913-3689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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