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험을 주관한 미국 ETS사는 21일 “한국 등 아시아 3국에서 시험을 치른 6000여명 가운데 64명이 본인의 창의적인 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이들의 모든 과목 점수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ETS측은 작문을 베낀 의혹이 있는 900여명을 대상으로 그동안 정밀 조사를 벌여 왔다.
ETS는 또 “부정행위를 한 사람들의 국적을 밝힐 수 없다”며 “의혹이 풀린 800여명에게는 가능한 한 빨리 성적표를 발송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성적을 늦게 받게 된 이들 유학 준비생도 미국 대학원 접수 시한이 이미 지난 탓에 유학 재수를 해야 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됐다.
이번 시험 몰수 사태는 그동안 GRE 시험문제가 인터넷에 마구 유출되고, 시험을 보는 시간대가 다른 지역 또는 인접 국가로 문제가 ‘공수’되는 등 “점수만 올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일부 유학 준비생들의 부정행위 때문에 비롯됐다.
ETS는 지난해 8월 인터넷을 통해 문제가 공공연히 나돌자 지난해 10월부터 아시아 일부 국가(한국, 중국, 대만, 홍콩)의 GRE 시험을 컴퓨터 시험(CBT)에서 ‘지필 시험’으로 전격 교체하기도 했다.
CBT시험이 지필 시험으로 교체됨으로써 이들 국가의 학생들은 응시기회가 크게 줄어드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
실제로 컴퓨터로 시험을 봤을 때는 수험생이 원하는 날짜에 수시로 시험을 볼 수 있었으나 지필시험으로 바뀐 뒤 금년에는 3월 15일 단 하루만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
ETS 업무를 일부 대행하는 한미교육위원단 관계자는 “지난해 시험 문제의 조직적인 인터넷 유출 이후 ETS 본사가 일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이번 부정사태로 또 다른 제재가 나올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인도의 경우 성적을 올리기 위해 부정행위가 극심해지자 GRE 시험이 수년간 중단되기도 했다. ETS측은 2001년 미국 각 대학에 ‘중국 학생들의 토플, GRE 점수를 믿을 수 없다’는 경고성 편지를 보내 대다수 유학 응시생들이 엉뚱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외국어대 최정화(崔楨禾·통역대학원) 교수는 “주입식 암기위주의 학습을 하다 보니 토익이나 기타 영어 시험 점수는 높아도 실생활 적용 능력은 매우 떨어지는 경향을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유학을 가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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