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990년대 후반의 아시아 경제위기를 비켜가긴 했지만 새로운 금융위기의 진원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은행 부실채권, 정부 재정적자 등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중국의 새 지도부는 과연 금융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까.
▽빚더미 중국=중국 정부는 4대 국영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2001년 말 현재 약 2130억달러로 총대출금의 25.4%라고 밝혔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8.4%에 이르는 수치이지만 이마저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최근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부실채권 규모가 7000억달러이며, 이를 정리하려면 GDP의 43%인 518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예금액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4대 은행은 이 돈을 대부분 국유 기업에 대출한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18일자)에서 “기업 대출이 정치적으로 배급하듯 이뤄진다”며 “다른 산업에서 시장원리가 빠르게 도입된 데 비해 금융 시스템은 거의 변한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거대한 정부 부채가 금융위기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경제성장으로 기업 수익성이 높아지면 부실 채권이 줄어들게 돼 금융위기 가능성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그동안 중국 당국의 논리.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 지출을 크게 늘려 지난해 중국 재정 적자는 사상 최대인 373억달러(GDP의 약 3%)에 달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20일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국채 규모도 10년 전 GDP의 0.5% 수준에서 지난해 GDP의 약 6%(732억달러)로 치솟았다”며 “급증한 재정적자가 금융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에도 만기가 된 정부 빚을 갚고, 미국 경기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고성장 목표를 달성하려면 재정 적자가 오히려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 개혁 이뤄질까=중국 당국은 최근 개혁 성향의 인사들을 주요 은행장에 임명했으며 독립된 은행 감독기관 설립을 추진하는 등 금융 개혁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중국 회사와 조인트 벤처 형태로 부실채권 처리 기업을 세울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주식시장 개혁을 위해서 주주들이 개별적 집단적으로 기업의 회계비리와 은폐 의혹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 홍콩사무소의 앤디 시에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금융 시스템에는 불합리한 관행이 여전하다”며 “차세대 지도부가 극적인 금융 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금융위기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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