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중국 도교의 성지이자 우당파의 본거지인 후베이(湖北)성 단장커우(丹江口) 남쪽 우당산 기슭 위전궁에 화재가 발생해 건물 33칸 가운데 정전(正殿) 3칸이 모두 소실됐다.
도가(道家) 무공인 우당권은 부드러움을 위주로 하는 내가권(內家拳)으로 힘을 위주로 하는 외가권(外家拳)인 불가(佛家) 무공 소림권(少林拳)과는 다르다. 이 같은 특징의 우당파 무술을 창시한 장삼풍(張三豊)을 기리는 곳이 위전궁이다. 명나라 영락제(永樂帝)가 군인과 인부 30만명을 동원해 1412년부터 12년간에 걸쳐 건립했다는 우당산 8개 궁(宮) 중 하나로 과거에도 화재로 청대(淸代)에 중건된 바 있다.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1996년 지방정부가 지역 인대(인민대표대회·의회격)와 정협(인민정치협상회·통일전선조직) 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위전궁을 민간 무술학교에 임대해 외부인을 상주케 한 것이 일부 원인 제공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는 오후 7시쯤 발생했으나 근처에 소방서가 없어 2시간이 넘어서야 겨우 불길이 잡혔다. 단장커우 지역 경찰(공안)은 책임 소재 파악에 나섰다.
중국 무술인과 지식인들은 위전궁 재건은 물론 정부의 문화재 관리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0대의 한 무술인은 “위전궁은 우당파 무술이 탄생한 곳으로 중국 정통문화 측면에서는 인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소림 무술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각급 정부가 문화재 보호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지식인은 지방정부의 화재예방 조치를 비판하면서 “문화재로 돈 벌 궁리만 하고 보호책은 생각지도 않는 천박한 문화가 걱정스럽다”고 한탄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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