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패닉, 美 최대 소수인종 떠올라

  • 입력 2003년 1월 22일 18시 02분


《1847년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에서 미국에 패배해 눈물을 머금고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멕시코주를 내준 히스패닉(중남미계)이 150여년 만에 고토(故土)를 되찾고 있다. 21세기의 무기는 창과 칼이 아니라 인구다. 히스패닉은 왕성한 출산과 이민으로 미국에서 흑인을 제치고 최대 소수인종이 됐다고 미 인구통계국이 21일 발표했다. 》

2001년 7월을 기준으로 한 히스패닉 인구는 3700만명으로 3610만명인 흑인을 제쳤다. 히스패닉과 흑인의 총인구 점유율은 13% 대 12.7%. 백인은 인구의 약 70%에 이르는 1억9930만명, 아시아계는 4%인 1210만명으로 추계됐다.

특히 히스패닉은 2000년 4월 인구 센서스에서 12.5%로 흑인의 12.6%에 뒤졌으나 불과 15개월 만에 ‘안정적인 격차’로 따돌렸다. 퓨 히스패닉 센터의 로베르토 수로 국장은 히스패닉의 부상을 “미국 역사상 하나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하면서 “미국 역사는 더 이상 흑백의 상호작용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15개월간 히스패닉의 출산율은 4.7%로 흑인의 1.5%, 백인의 0.3%를 압도했다. 히스패닉이 신봉하는 종교가 낙태와 피임을 금지하고 있는 가톨릭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히스패닉은 대통령 선거인단 수가 가장 많고 의원 수도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욕의 3개 주에 밀집해 거주하고 있어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인구 증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히스패닉 하원의원 수는 19명.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히스패닉을 의식해 라디오 주례 연설을 스페인어로 녹음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올해 안으로 백인 수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히스패닉을 중심으로 한 소수인종의 파워가 거세질 전망.

특히 히스패닉은 출신 국가는 다르지만 언어(스페인어)와 종교를 공유하고 있어 흑인 못지 않은 응집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로 백인의 헤게모니가 흔들리는 현상을 놓고 미 극우보수파 정치인 패트릭 뷰캐넌은 ‘서구의 죽음’이라는 저서에서 “백인의 수가 인구의 절반 이하로 내려가는 2050년이면 미국은 3류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며 백인들의 위기감을 자극한 바 있다.

그러나 백인 대 소수인종의 갈등 외에도 당분간 소수인종 우대정책의 수혜자가 되기 위한 히스패닉과 흑인의 갈등도 예상되고 있다. 히스패닉의 부상이 미국 내 인종갈등을 불러올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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