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포드 국무차관보 극비방한…"노무현을 파악하라"

  • 입력 2003년 1월 23일 18시 54분


칼 포드 차관보
칼 포드 차관보
미국 국무부의 칼 포드 정보조사국 차관보가 20∼22일 2박3일간 극비 방한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측 주요인사를 만나고, 한국 내 반미감정에 대해서도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포드 차관보는 딕 체니 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인사로 전해졌다.

따라서 그의 극비 활동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노무현 정부 시대’에 대비해 본격적인 탐색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포드 차관보는 21일 민주당 김원기(金元基) 고문,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 등 노무현 정부의 핵심 인사와 만나 새로운 한미관계의 방향과 반미감정 및 주한미군 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의 한 유력 인사는 “포드 차관보가 노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 통일외교안보분과의 윤영관(尹永寬) 간사도 만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지만, 노 당선자측은 이에 대해 “모르겠다”고 말했다.

포드 차관보는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같은 야권의 주요 정치인과 국가정보원 고위관계자, 일부 언론인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들은 “포드 차관보의 방한은 통상적인 정보 수집 차원이었을 뿐, 특별한 임무를 띠고 온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북한 핵문제와 한국내 반미 분위기 등 최근 한미관계의 난기류에 따른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포드 차관보의 방한에 대해 주한 미국대사관측은 “국정원의 초청으로 온 것으로 알고 있으며 대사관측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이 같은 비밀탐색뿐만 아니라 ‘노무현 시대의 한미관계 연착륙’을 위해 다양한 채널의 공식 활동을 통해서도 노 정권의 성격을 읽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한국 방문(12∼14일)과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의 방한(21∼23일)에서도 미측은 노 당선자측 대북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데 골몰했다.

특히 볼턴 차관은 22일 인수위 윤영관 간사와 별도로 만나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북한 핵문제의 다자적 해결에 대한 노 당선자측 견해는 무엇이냐”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윤 간사는 “정권 인수팀이 구체적 정책에 대해 찬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 아직 검토중이다”며 명확한 답변을 유보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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