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반도체 기술자는 미국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고향과 가족을 떠나 미국에 갈 필요가 없다. 인터넷, 화상회의 등을 통해 미국 본사와 실시간 정보 교류가 되므로 물리적인 거리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네덜란드의 가전업체 필립스는 TV 오디오 등을 개발하는 리서치센터를 중국 상하이(上海)로 옮겼다. 증권회사 리만브러더스는 인도의 금융 애널리스트를 활용한다. 생활용품 회사 P&G의 세무·금융 업무는 주로 필리핀에서 이뤄진다.
▽인건비 싸고, 유능하고=방갈로 지역의 IT 전문가들이 미국 반도체 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의 차세대 휴대전화 칩을 개발한다. 연봉은 약 1만달러. 미국에서 비슷한 능력의 전문가를 고용하려면 7배쯤 줘야 한다.
건축설계사를 필리핀에서 고용하면 월 250달러, 미국에서는 3000달러다. 데이터베이스 관리자의 임금은 인도에서는 월 500달러, 미국에서는 1만달러다.
개발도상국의 첨단기술, 기초과학, 금융공학 등의 학위 소지자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이들 국가의 인력수준은 선진국 못지않다.
▽선진국 화이트칼라의 위기=비영리단체 ‘조인트벤처 실리콘밸리’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IT 전문직 일자리가 20%나 줄었다.
2015년까지 미국의 법률 전문직에서 7만5000개, 경영직에서 28만8000개 등 총 330만개의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 노조는 최근 러시아 연구센터를 강화하면서 본사 인원을 해고하려는 데 반대해 경영진과 충돌하기도 했다.
미국 화이트칼라 직종의 임금수준도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2000년 미국에서 주요 IT 전문직 연봉은 13만달러에 달했으나 최근 1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반면 이러한 추세가 개발도상국에는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다. 인도는 2008년이면 IT와 서비스 수출로 400만명을 고용하고, 570억달러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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