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미국에 가 본 나는 깜짝 놀랐다. 그곳의 가족과 친지들이 나의 신변에 대해 무척이나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약혼녀를 미국의 가족에게 소개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가는 곳마다 하루빨리 미국으로 돌아오라고 성화였다. 왜 그렇게들 걱정하는 걸까? 한국에서는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했는데….
그들의 걱정은 주로 미국 언론의 보도 내용 때문이었다. 반미시위가 벌어지는 한국발(發) TV 화면을 보며, 한국이 반미로 들끓고 있으며 북핵 문제가 한반도를 긴박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믿었다. 놀라웠던 것은 재미 한인들도 한국인들보다는 미국인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며칠 전 한국에 돌아온 나는 다시 어리둥절해졌다. 한국은 여전히 태평스러웠고 한국인들은 별다른 걱정이 없어 보였다. 한국의 TV에 비친 한국은 그토록 평화로웠다. 같은 문제에 대해 양국에서 이토록 분위기가 다른 이유는 뭘까.
우선은 미국인들, 특히 미국 언론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반미시위를 미국인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북핵 문제를 예측하기 힘든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의해 주도되는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한국인 대부분은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쏟고, 김정일 위원장이 이 상황을 조정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내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어머니를 통해 한국 문화의 편린을 약간 물려받았지만, 그것들은 어머니가 한국을 떠난 1960년대에 머물러 있었다. 1999년부터 내가 겪은 한국은 어머니가 가르쳐 준 한국과 전혀 달랐다. 한국은 아주 역동적이었고,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시시각각 발전하고 있었다.
지금 미국 언론의 한국에 대한 보도는 반미감정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요구에 집중돼 있고, 그에 대한 해설은 부족하다. 한국인들이 아직도 두 여중생의 죽음 때문에 분노하고 있으며 미국 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미국인의 출입을 거부하는 상점들이 늘고 있다고 전할 뿐, 반미감정의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기원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인 대부분에게 한국은 아직도 먼 나라이고 언론이 유포하는 내용보다 더 상세하게 알 필요를 못 느끼는 나라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그것이 오해이건 여론조작이건 또는 문화적 차이의 결과이건,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점은 계속 이렇게 이어질 것이다. 반미 시위자가 나타나면 미국 언론은 이를 한국인의 대표적인 모델로 보도할 것이다. 그것이 실제건 아니건.
그래서 나는 실제로는 한국생활에서 미래나 안전에 대해 아무런 위협도 느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미시위와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미국의 친지들에게 끊임없이 설명하고 안심시켜야만 할 형편에 놓여 있다.
▼조지프 스탠필드는 누구?▼
29세. 미국 오클라호마주 스틸워터에서 태어나 오클라호마주립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99년 한국에 와 연세대 국제대학원에 입학,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다.
조지프 스탠필드 연세대 국제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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