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美, 이라크 독자공격 가능”▼
파월 국무장관은 26일 본회의장 연설에서 “미국은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이라크를 독자적으로 공격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슴에 성조기 배지를 달고 등장한 그는 미국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며 이라크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특히 이라크 사찰단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면서 ‘사찰단에 좀 더 시간을 줘야 한다’는 여론을 겨냥, “지금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이라크가) 진실을 말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아직도 거짓말을 일삼고, 사찰을 교묘하게 피해 나가고 있다”면서 “후세인 대통령은 국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와 연관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파월 장관은 이어 “팔레스타인이 테러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경우 2005년에는 독립국가를 창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함으로써 미국이 중동 평화를 위해 애쓰고 있음을 은연중에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 유엔 유럽연합(EU) 러시아와 함께 마련한 소위 ‘4자 중동평화안’의 실현을 위해 전념할 것이라면서 28일 실시되는 이스라엘 총선이 끝나면 평화 진척을 위한 활력이 복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이 같은 발언들은 △유엔 사찰단의 사찰 결과 보고서 제출(27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28일) △부시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정상회담(31일) 등 전쟁 돌입 여부를 결정하게 될 주요 정치 일정들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다보스 포럼의 최대 스타가 되어버린 듯한 파월 장관의 숙소 앞에는 ‘5분 면담’을 기다리는 각국 고위 인사들의 차량이 줄을 이었다.
그의 다보스 도착에 맞춰 반전시위도 격화됐다. 2000여명의 시위대는 25일 다보스 시내에서 “시체를 갖고 장사하지 말라(No Business over Dead Bodies)” 등의 반전구호를 외치면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다보스(스위스)=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룰라 “美, 굶주림과 전쟁 나서라”▼
초등학교 5학년 학력의 노동자 출신으로 3전4기 끝에 브라질의 첫 좌파 대통령이 된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58)은 26일 연설을 통해 “모든 국제적 분쟁은 유엔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말해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계획에 대해 반대함을 분명히 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에 이어 등단한 룰라 대통령은 또 “진정한 자유무역은 부국(富國)만을 위한 보호주의가 아닌 상호 호혜주의에 근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의 불행과 기아, 가난에 맞서기 위해 국제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이를 위해 서방 선진7개국(G7)과 국제 투자가들의 협조를 촉구했다.
그는 이에 앞서 24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사회포럼(WSF)에 참석해 기아문제 해결과 이라크 전쟁 반대를 역설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무기를 만들고 전쟁을 하는 데 쏟아 붓는 돈으로 빵과 콩과 쌀을 사 불쌍한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우는 데 쓴다면 세상이 얼마나 좋아질 것인가를 전 세계에 말하고 싶다”며 ‘부(富)가 더욱 공정히 분배되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북유럽의 어린이들만큼 아프리카의 헐벗은 어린이들도 풍요롭게 자라날 권리가 있다”며 “어린이 수백만명이 굶주리고 있는 상황에서 수십억 달러를 전쟁비용으로 소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류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 이해”라고 역설한 그의 연설이 끝나자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관중의 한 사람인 아르헨티나의 마리아 로사 베네수엘라는 “그의 이야기는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이번 포럼의 주제와 정확히 일치한다”며 “이는 바로 우리가 갈망했던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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