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교서 이모저모]부시 “나의 첫째 목표는 경제회생”

  • 입력 2003년 1월 29일 18시 05분


《‘자애로운 최강국(benign superpower).’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8일 연두교서 연설에서 부각시키려 한 미국의 이미지다. 그동안 일방주의적인 외교정책으로 비판을 받아온 부시 대통령은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에이즈 퇴치를 위해 150억달러를 내놓겠다고 밝혀 깜짝 놀라게 했다. 부시 대통령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인도주의적 어젠다. 그는 “우리 외교정책의 목표는 헤게모니가 아니라 평화와 안정 그리고 번영”이라고 강조했으며 ‘온정적인(compassionate)’ 보수주의라는 용어를 거듭 사용했다. 표현도 순화됐다. 》

지난해 북한과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는 선악의 개념으로 묶었으나 올해에는 ‘불법적인 정권들(outlaw regimes)’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미 칼집에서 칼을 반쯤 빼든 상태인 이라크에 대해서는 역대 연두교서에서는 볼 수 없었을 만큼 세부적으로 들어갔다. “이라크가 3만8000L의 보톨리누스 독소와 사린, 겨자, VX신경 가스 등 독가스 500t을 생산할 수 있는 물질을 갖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은 전기 착암기로 사람들의 몸을 절단하고 전기 쇼크로 고문하고 있다.”

전쟁선포만 안 했을 뿐이었다. “나는 페르시아만에 파견된 미군 부대에 결정적인 시간이 다가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때로는 속삭이는 것처럼 절제된 어조로 연설하면서 국내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11년전 걸프전을 이기고도 경제악화로 선거에 패배했다.


“나의 첫 번째 목표는 경제를 되살리는 것이다.”

그는 이미 발표된 앞으로 10년간 6700억달러의 세금 감면이 경제를 회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식 배당금에 대한 면세 조치가 주가를 다시 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

환경보호와 복지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그는 환경친화적인 수소연료로 움직이는 자동차 개발을 위해 12억달러, 노인들에 대한 의료보장체계인 메디케어(Medicare) 개혁에 앞으로 10년간 4000억달러, 부모가 감옥에 간 자녀들의 개인교사 비용으로 4억5000만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연설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은 차가웠다. 민주당을 대표해 연설한 중국계 게리 로크 워싱턴 주지사는 “이 행정부의 정책은 앞으로 10년간 수조달러의 재정 적자를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대선 예비후보들은 “국민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실천하지 않는 정치인에게 식상했다”(존 케리 상원의원) “그의 경제정책과 나라의 장래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는데 실패했다”(리처드 게파트 하원의원)며 신랄히 비판했다.

뉴욕 타임스는 29일 “민주당은 지난해 중간선거의 패인이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던 것이라고 분석, 부시 대통령과 정면 대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전해 연두교서 연설을 계기로 워싱턴이 보다 소란스러워질 것임을 예고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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