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 초대 재판관 송상현 서울대교수

  • 입력 2003년 2월 5일 19시 23분


4일 국제형사재판소(ICC) 초대 재판관으로 선출된 송상현(宋相現·61) 서울대 법대 교수는 “개별국가의 문제라도 인종청소나 전쟁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간섭해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정의실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월부터 한 학기 예정으로 하버드대에서 강의 중인 송 교수는 이날 뉴욕의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에서 “선거를 지켜보느라 오늘 강의를 빼먹게 돼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당선의 기쁨을 대신했다.

송 교수는 “집단살해죄 전쟁범죄 반인도범죄 등은 개별국가의 문제라고 해서 방관하면 국제사회의 양심과 인권을 지킬 수 없으며 이를 국제사회가 처벌하는 방안을 50년간 논의한 끝에 창설된 것이 바로 ICC”라면서 “ICC 재판관은 법을 공부한 사람이면 누구나 꿈꿔볼 자리인 만큼 새로운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송 교수는 미국이 ICC 창설협정에 반대하고 자국민 면소를 위해 주요국들과 양자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데 대해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85개 회원국들로부터 63표의 찬성을 얻어내 당선 요건(투표국의 3분의 2 이상 득표)을 가볍게 충족시켰다.

유엔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경력 자격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는 송 교수가 입후보해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표를 얻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송 교수는 대륙법과 영미법을 균형감 있게 꿰고 있으며, 형사소송절차법을 30년 이상 전공한 학자로서 아동과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열심히 사회활동을 해 왔기 때문에 ICC 재판관으로서 최적의 인물”이라면서 “이런 점을 각국 대표들이 높이 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초대 재판관은 모두 18명인데 43개국이 후보를 냈다. 이날 1차로 당선된 재판관은 송 교수를 포함해 7명이며 이중 6명이 여성이다. 초대 재판관들은 3월 1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재판소에서 취임선서를 한 뒤 소장, 부소장(2명), 사무총장을 호선하고 소추관(검찰)을 선출함으로써 재판부를 구성한다. 임기는 7일 추첨을 통해 3, 6, 9년 세 종류로 결정된다.

독립운동가이자 동아일보 사장을 지낸 고하 송진우(古下 宋鎭禹) 선생의 손자인 송 교수는 고등고시 행정 사법과에 합격하고 1972년부터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해 왔다. 국제중재 등 국제소송분야에서 많은 연구 업적을 남겼으며 하버드 법대를 포함해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유수의 대학에서 한국법을 강의해 왔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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