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한 학기 예정으로 하버드대에서 강의 중인 송 교수는 이날 뉴욕의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에서 “선거를 지켜보느라 오늘 강의를 빼먹게 돼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당선의 기쁨을 대신했다.
송 교수는 “집단살해죄 전쟁범죄 반인도범죄 등은 개별국가의 문제라고 해서 방관하면 국제사회의 양심과 인권을 지킬 수 없으며 이를 국제사회가 처벌하는 방안을 50년간 논의한 끝에 창설된 것이 바로 ICC”라면서 “ICC 재판관은 법을 공부한 사람이면 누구나 꿈꿔볼 자리인 만큼 새로운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송 교수는 미국이 ICC 창설협정에 반대하고 자국민 면소를 위해 주요국들과 양자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데 대해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85개 회원국들로부터 63표의 찬성을 얻어내 당선 요건(투표국의 3분의 2 이상 득표)을 가볍게 충족시켰다.
유엔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경력 자격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는 송 교수가 입후보해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표를 얻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송 교수는 대륙법과 영미법을 균형감 있게 꿰고 있으며, 형사소송절차법을 30년 이상 전공한 학자로서 아동과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열심히 사회활동을 해 왔기 때문에 ICC 재판관으로서 최적의 인물”이라면서 “이런 점을 각국 대표들이 높이 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초대 재판관은 모두 18명인데 43개국이 후보를 냈다. 이날 1차로 당선된 재판관은 송 교수를 포함해 7명이며 이중 6명이 여성이다. 초대 재판관들은 3월 1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재판소에서 취임선서를 한 뒤 소장, 부소장(2명), 사무총장을 호선하고 소추관(검찰)을 선출함으로써 재판부를 구성한다. 임기는 7일 추첨을 통해 3, 6, 9년 세 종류로 결정된다.
독립운동가이자 동아일보 사장을 지낸 고하 송진우(古下 宋鎭禹) 선생의 손자인 송 교수는 고등고시 행정 사법과에 합격하고 1972년부터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해 왔다. 국제중재 등 국제소송분야에서 많은 연구 업적을 남겼으며 하버드 법대를 포함해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유수의 대학에서 한국법을 강의해 왔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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