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테리 넬슨/‘한국엄마-加아빠’ 아이가 쓰는

  • 입력 2003년 2월 14일 18시 34분


한국 나이로 다섯살인 내 아들은 엄마는 한국인, 아버지는 캐나다인이다. 아내가 파트타임으로 일하기 때문에 아들은 일주일에 3일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보낸다. 당연히 엄마나 외조부모에게서는 한국말을, 내게서는 영어만 듣고 자란다.

한국에서도 외국어 조기 교육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지만 두 가지 언어의 습득이론을 가르치는 언어교육자로서 나는 멀리 갈 것도 없이 내 아들이 두 언어를 동시에 배우는 과정을 통해 ‘살아있는’ 공부를 하곤 한다.

아이는 다행히 두 가지 언어 모두 정상적인 발음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한동안 좀 어려운 말을 할 경우 온몸이 굳어지며 말을 심하게 더듬어 걱정을 했다. 아이에게 너무 무리한 것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도 꽤 했다. 아이의 미래도 염려스러웠다. 살아가면서 다른 아이들에게서 놀림을 당하지나 않을까, 왕따 당하지는 않을까…. 그러나 감사하게도 더듬거림은 이제 멈추었다.

아들은 요즘 언어발전의 단계를 잘 통과하고 있다. 아직은 영어도 한국어도 모두 서툴지만. 최근에는 과거형 동사를 자주 쓰는데 과거형을 만들 때는 모두 ‘-ed’를 붙여 지나치게 일반화한다. 이런 식이다. “Yesterday, I goed to grandmother’s home.” 그리고 “I seed that on TV.”

또 재미있는 것은 한국말을 하고 난 뒤 번역하는 방식이다. “우유 means milk, 아빠.” 혹은 “고구마는 sweet potato.” 심지어 한국어를 쓸 때도 관사를 넣는다. “A 책 is a book, Daddy.” 가장 재미있는 것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을 때 자신을 이해시키는 능력이다. 그는 다른 단어들을 이용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한다. ‘보디랭귀지’도 동원하고 알지 못하는 단어나 어구를 이해하려 할 때는 한국말로 번역하기도 한다. 아이가 세 살 때 녹음해둔 아래의 대사는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해 자신을 이해시키는 능력을 보여준다.

“I make beesh, okay.” “Beesh?” “Uhhh…(생각하다가), 고고, 고기. I make 고기. 물고기 Bish(Fish).”

한국사회에서도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교육시키는 것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거운 것으로 안다. 심지어 아이들이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배우면 산만해지고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하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내 전공이론과 경험에 비추어보면 아이가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익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 아이들은 자라면서 언어마다 다른 뇌의 부분을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언어만 안다는 것은 두뇌의 반쪽만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다.

물론 아이의 환경이 언어적으로 전혀 다른 두 개의 세상으로 분리돼 있을 때 그것이 아이의 감성과 성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또 낳기 전에 아마도 이 문제에 대해 여전히 고민하게 될 것 같다.

▼테리 넬슨은 누구?▼

캐나다인으로 1991년 한국에 와 외국어학원 강사를 하다가 한국인 제자와 결혼했다. 현재 성균관대 영어전문교사 양성(TESOL) 프로그램 교수로 일하고 있다. 여행을 좋아해 35개국을 여행했으며 한국의 역사에 유난히 관심이 많다.

테리 넬슨 성균관대 TESOL프로그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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