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외국어 조기 교육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지만 두 가지 언어의 습득이론을 가르치는 언어교육자로서 나는 멀리 갈 것도 없이 내 아들이 두 언어를 동시에 배우는 과정을 통해 ‘살아있는’ 공부를 하곤 한다.
아이는 다행히 두 가지 언어 모두 정상적인 발음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한동안 좀 어려운 말을 할 경우 온몸이 굳어지며 말을 심하게 더듬어 걱정을 했다. 아이에게 너무 무리한 것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도 꽤 했다. 아이의 미래도 염려스러웠다. 살아가면서 다른 아이들에게서 놀림을 당하지나 않을까, 왕따 당하지는 않을까…. 그러나 감사하게도 더듬거림은 이제 멈추었다.
아들은 요즘 언어발전의 단계를 잘 통과하고 있다. 아직은 영어도 한국어도 모두 서툴지만. 최근에는 과거형 동사를 자주 쓰는데 과거형을 만들 때는 모두 ‘-ed’를 붙여 지나치게 일반화한다. 이런 식이다. “Yesterday, I goed to grandmother’s home.” 그리고 “I seed that on TV.”
또 재미있는 것은 한국말을 하고 난 뒤 번역하는 방식이다. “우유 means milk, 아빠.” 혹은 “고구마는 sweet potato.” 심지어 한국어를 쓸 때도 관사를 넣는다. “A 책 is a book, Daddy.” 가장 재미있는 것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을 때 자신을 이해시키는 능력이다. 그는 다른 단어들을 이용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한다. ‘보디랭귀지’도 동원하고 알지 못하는 단어나 어구를 이해하려 할 때는 한국말로 번역하기도 한다. 아이가 세 살 때 녹음해둔 아래의 대사는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해 자신을 이해시키는 능력을 보여준다.
“I make beesh, okay.” “Beesh?” “Uhhh…(생각하다가), 고고, 고기. I make 고기. 물고기 Bish(Fish).”
한국사회에서도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교육시키는 것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거운 것으로 안다. 심지어 아이들이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배우면 산만해지고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하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내 전공이론과 경험에 비추어보면 아이가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익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 아이들은 자라면서 언어마다 다른 뇌의 부분을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언어만 안다는 것은 두뇌의 반쪽만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다.
물론 아이의 환경이 언어적으로 전혀 다른 두 개의 세상으로 분리돼 있을 때 그것이 아이의 감성과 성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또 낳기 전에 아마도 이 문제에 대해 여전히 고민하게 될 것 같다.
▼테리 넬슨은 누구?▼
캐나다인으로 1991년 한국에 와 외국어학원 강사를 하다가 한국인 제자와 결혼했다. 현재 성균관대 영어전문교사 양성(TESOL) 프로그램 교수로 일하고 있다. 여행을 좋아해 35개국을 여행했으며 한국의 역사에 유난히 관심이 많다.
테리 넬슨 성균관대 TESOL프로그램 교수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