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도시서 베트남戰 이후 최대 反戰시위

  • 입력 2003년 2월 16일 18시 22분


15일 베트남전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전 시위대가 세계 주요 도시를 뒤덮었다. 가장 먼저 해가 뜬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지구가 한바퀴 도는 동안 1000만명 이상이 ‘이라크전쟁 반대’를 외쳤다. 공격을 준비하는 미국과 영국, 공격 대상인 이라크는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에서도 반전 행렬이 이어졌다. ‘평화’를 주장하는 시위에 걸맞게 집회는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미국=뉴욕 유엔본부 인근에서 열린 시위에는 50만명의 인파가 참여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는 “미국은 세계 나머지 국가들의 말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연설했고, 마틴 루터 킹 3세는 “가장 큰 총을 가졌다고 그것을 쓰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수전 서랜던 등 인기 영화배우들도 집회에 참석했다. 뉴욕에는 테러 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삼엄한 경비가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3곳에서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10만여명이 참여했으며 마틴 쉰, 안젤리카 휴스턴, 롭 라이너 등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와 감독들도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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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대도시 反戰시위

▽유럽=런던의 하이드파크에서는 75만∼150만의 인파가 모여 이라크전쟁 계획에 반대하는 영국 사상 최대 규모의 정치 집회가 열렸다. 뉴욕 출신의 한 변호사는 “난 반미주의자가 아니다”며 “친미주의자도 전쟁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도 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최대 인파가 시위를 벌였으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러시아 등 각국에서 집회가 이어졌다. 마르세유 시위에 참여한 프랑스 영화배우 마르셀 마르샬은 “늙은 것은 유럽이 아니라 구식 경찰국가인 미국”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독일 여론조사 기관 엠니트가 독일인 100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54%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세계 평화에 위협적이라고 답해 ‘평화를 위한 전쟁’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무색케 했다. 또 38%는 부시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보다 위협적인 인물이라고 답했다.

▽중동=바그다드에서도 후세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수십만명이 참여한 시위에는 이라크전 발발시 ‘인간 방패’를 자처한 세계 각국의 반전평화주의자 1000여명도 참가했다. 이라크 공격 계획을 지지하고 있는 이스라엘에서도 처음으로 대규모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텔아비브에서는 유대계와 아랍계를 포함해 3000여명의 평화주의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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