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송유관 유치 '中-日전쟁'

  • 입력 2003년 2월 19일 18시 20분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가 시베리아 송유관 건설 사업을 본격화한 가운데 중국과 일본이 자국에 유리한 루트로 송유관이 건설되도록 하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일간 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주요 언론은 17일 일제히 “시베리아 유전 개발과 송유관 건설이 국제적인 주목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 사태 등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새로운 원유 공급원 확보를 위해 각국이 노력하는 가운데 러시아도 석유 수출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

특히 동시베리아에서 나온 원유를 동북아 지역으로 공급하기 위한 시베리아 송유관 건설을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자 러시아 정부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심 중이다. 당초 중국은 국영석유공사(CNPC)가 러시아 최대의 석유회사인 유코스와 손잡고 안가르스크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을 잇는 ‘중국 파이프라인’ 건설을 일찌감치 추진해 와 유리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뒤늦게 일본이 안가르스크와 극동 나홋카를 잇는 ‘극동 파이프라인’을 들고 나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지난달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일본은 이 루트로 결정될 경우 동시베리아 유전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는 일본이 주장하는 극동 라인이 건설비가 더 소요되고 공사도 어렵지만 이를 선택하면 중국을 견제하면서 낙후된 극동 지역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는 계산 때문에 일본의 제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반면 중국은 제휴관계에 있는 러시아의 주요 정유사를 통해 일본의 ‘가로채기’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서시베리아 유전에서 나온 석유를 북해의 무르만스크를 통해 미국에 공급하는 방침이 확정돼 중국과 일본이 더욱 다급해졌다.

러시아 정부는 동시베리아 송유관 건설계획을 확정하기 위해 지난주 미하일 카시야노프 총리가 고위 에너지 관계자 회의를 열었으나 역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일부에서는 두 루트를 모두 추진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동시 추진론’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사업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영묵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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