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반도체시장을 석권했다가 한국 대만 등 후발국에 밀려 존폐 위기에까지 내몰린 일본의 D램 반도체업계가 미국 인텔사의 자금을 유치해 세계 정상을 향한 재도전에 나섰다.
NEC와 히타치가 공동 설립한 일본 유일의 D램 반도체 업체인 엘피타는 미국의 인텔과 자본 및 기술제휴 협정을 맺어 최대 360억엔(약 3600억원)의 출자를 받기로 사실상 합의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22일 보도했다. 엘피타는 대규모 설비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텔 외에 미국의 10여개 투자은행과도 자본유치 교섭을 벌이는 한편 미쓰비시전기의 D램 사업도 3월 중 인수할 계획이다.
일본의 D램 반도체 업계는 1990년대 초까지 세계 정상을 확고히 지켜 왔지만 이후 첨단기술 개발과 시설 확대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한국의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내주었다.
하지만 반도체 경기 침체로 퇴출설까지 불거져 나오자 신규투자가 필수라는 판단에 따라 세계 반도체시장의 ‘큰손’인 인텔과 손을 잡게 된 것.
엘피타는 인텔의 자금을 최첨단인 직경 300밀리 웨이퍼의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데 사용하고, 월 생산능력도 현재의 3000장에서 1만6000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디지털 및 네트워크 기기용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기술력은 여전히 세계시장에서 통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는 만큼 양산체제만 갖춘다면 단가가 비싼 고급제품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는 중국의 반도체업체인 SMIC사에 생산을 위탁하고 대만업체와도 제휴할 계획이다.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 6.4%로 5위에 머문 엘피타는 이번 투자로 양산체제를 구축해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함께 3강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혔다.
중국 대만과 연계한 일본 반도체업체의 공세로 한국과 일본간의 반도체 대결은 새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일본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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