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錢爭’ … "중동국가에 달러 공세…이라크 고립시켜라"

  • 입력 2003년 2월 24일 19시 06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승리한 비결은 달러였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부국장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저서 ‘전쟁 중인 부시(Bush at War)’에서 이렇게 폭로했었다. 개전 직전 미 중앙정보국(CIA)이 아프간 반군에 쏟아 부은 미화 7000만달러(약 840억원)가 전쟁의 흐름을 갈랐다는 것. 폭탄보다 먼저 달러를 ‘투하’하는 미국의 전략은 이라크전쟁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위해 전 세계 국가들의 ‘마음(Hearts and Minds)’보다 ‘지갑(Pocketbooks)’에 호소하고 있다고 프랑스 통신사인 AFP가 23일 보도했다.》


미국이 현재 집중적인 달러 공세를 벌이는 나라는 터키. 이라크 북부와 국경이 접해 있는 터키는 미국이 공습으로 승기를 잡은 이라크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발진 기지가 되기 때문.

미국은 터키에 300억달러(약 36조원)의 천문학적인 지원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0억달러(약 7조2000억원)는 무상 공여이며, 240억달러(약 28조8000억원)는 미군기지 제공에 따른 손실 보전 차원의 장기 상업차관이다.

중동의 친미 국가들에 대한 달러 투하도 급증하고 있다. 이라크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요르단에는 올해 분 경제원조액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앞당겨 제공했다. 지난달 말에는 F-16 전투기 6대가 요르단에 건네졌으며, 추가로 패트리어트 미사일 3세트도 제공될 예정.

미국은 아랍권 맹주인 이집트에는 매년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이스라엘에는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씩을 제공하고 있다. 예멘에는 1998년 폐쇄한 미국국제발전기구(USAID)를 다시 개설한다는 ‘당근’을 약속됐다.

중동에 대한 달러 공세가 군사적 목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중·동유럽에 대해서는 외교전의 성격이 강하다. 프랑스 독일 등이 반전의 목소리를 높이는 유럽에서의 외교 환경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것.

중·동유럽 최대국가인 폴란드와는 파격적인 조건의 F-16기 판매 계약을 맺었다. 계약액인 35억달러(약 4조2000억원)를 훨씬 넘는 60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하이테크 분야에 투자할 예정.

다른 중·동유럽 국가들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과 이라크전쟁 때문에 사이가 어긋난 독일의 미군기지 이전 후보지 물색 등의 카드를 흔들고 있다.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중·동유럽 13개국이 연달아 이라크전쟁 지지선언을 한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 좋아요
    1
  • 슬퍼요
    0
  • 화나요
    1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0
  • 화나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