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현재 집중적인 달러 공세를 벌이는 나라는 터키. 이라크 북부와 국경이 접해 있는 터키는 미국이 공습으로 승기를 잡은 이라크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발진 기지가 되기 때문.
미국은 터키에 300억달러(약 36조원)의 천문학적인 지원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0억달러(약 7조2000억원)는 무상 공여이며, 240억달러(약 28조8000억원)는 미군기지 제공에 따른 손실 보전 차원의 장기 상업차관이다.
중동의 친미 국가들에 대한 달러 투하도 급증하고 있다. 이라크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요르단에는 올해 분 경제원조액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앞당겨 제공했다. 지난달 말에는 F-16 전투기 6대가 요르단에 건네졌으며, 추가로 패트리어트 미사일 3세트도 제공될 예정.
미국은 아랍권 맹주인 이집트에는 매년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이스라엘에는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씩을 제공하고 있다. 예멘에는 1998년 폐쇄한 미국국제발전기구(USAID)를 다시 개설한다는 ‘당근’을 약속됐다.
중동에 대한 달러 공세가 군사적 목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중·동유럽에 대해서는 외교전의 성격이 강하다. 프랑스 독일 등이 반전의 목소리를 높이는 유럽에서의 외교 환경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것.
중·동유럽 최대국가인 폴란드와는 파격적인 조건의 F-16기 판매 계약을 맺었다. 계약액인 35억달러(약 4조2000억원)를 훨씬 넘는 60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하이테크 분야에 투자할 예정.
다른 중·동유럽 국가들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과 이라크전쟁 때문에 사이가 어긋난 독일의 미군기지 이전 후보지 물색 등의 카드를 흔들고 있다.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중·동유럽 13개국이 연달아 이라크전쟁 지지선언을 한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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