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전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이탈리아 밀라노의 피콜로극장. 밀라노2003 F/W 패션쇼의 마지막 컬렉션을 보기위해 모인 관객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할머니인 라이사 여사(1999년 백혈병으로 사망)를 꼭 빼어닮은 크세니야 비르간스카야-고르바초바(23)가 무대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크세니야는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캐시미어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여류 디자이너 라우라 비아조티의 의상을 선보였다. 특히 러시아풍이 물씬 나는 금장식의 가죽 소재가 어울렸다.
디자이너 비아조티는 1982년 안드레이 그로미코 당시 소련 외무장관의 부인과 만난 것을 계기로 소련 지도자들과 교분을 쌓아 서방 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철의 장막을 넘어 모스크바에서 패션쇼를 열었던 유명한 인물.
크세니야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내외와도 친분이 두터운 비아조티의 권유로 이번 패션쇼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크세니야는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사교계에 데뷔하면서 보석으로 장식된 1만5000파운드(약2881만원)짜리 크리스찬 디오르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나와 주목받은 바 있다.
밀라노 패션쇼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크세니야에게 모델로서의 소질이 엿보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르바초프 부부의 외동딸인 이리나 비르간스카야(46)의 큰딸인 크세니야는 현재 러시아 최고 명문대학인 모스크바국제관계대(MGIMO)에서 홍보를 전공하고 있다. 여동생 아나스타시아(16)도 올해 파리 사교계에 데뷔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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