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50년이 흐른 5일 스탈린 전문가들이 독살설을 다시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역사가 블라디미르 나우모프씨와 미국 예일대학의 소련연구가인 조너선 브렌트씨는 이달말 출간될 공저 '스탈린의 마지막 범죄'에서 독살설을 뒷받침하는 여러 자료들을 내놓을 예정이다.
▽누가, 어떻게?= 이 책은 스탈린의 측근이었던 정치국원들을 독살 용의자로 지목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스탈린 사망 후 "내가 그를 해치우고 모든 사람을 구했다"고 자랑한 것으로 흐루시초프의 회고록에 묘사된 라브렌티 베리야 정치국원. 하지만 식사 현장에 있던 4명이 모두 공모했을 수 있다고 이 책은 주장했다.
책에 따르면 당시 의료진의 보고서 초안에는 스탈린이 숨지기 전 광범위한 위장 출혈을 보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나, 숨진지 3개월뒤 공개된 공식 보고서에는 이 내용이 삭제됐다. 당시 경비병 한명도 스탈린이 쓰러진 직후 베리야 정치국원이 병세에 대해 함구하라는 명령을 했다고 회고했다.
이 책은 스탈린의 음식에 과다 복용할 경우 장기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항응혈제 와파린이 섞여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왜?= 스탈린이 당시 터무니 없는 음모론을 믿으면서 미국과 핵전쟁을 일으키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주장했다. 당시 스탈린은 미국의 사주를 받은 유대인들이 크렘린궁의 의사들을 시켜 소련 지도자들을 살해하려 기도했다는 내용의 이른바 '의사들의 음모' 사건을 조작, 유대인들을 강제 수용하려 했다.
그는 또 미국 정보기관 스파이에 대한 신문(訊問)에서 '미국이 중-소(中蘇) 국경을 통해 소련을 침공하려 한다'는 내용이 올라오자 이를 공식 발표하고 미국을 비난할 예정이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스탈린은 태평양 연안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이 책은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의 진위 여부와 별도로 스탈린 사망후 '의사들의 음모'사건에 연루된 의사들은 무죄로 석방됐고, 유대인 수용소 건설계획도 백지화됐다. 스탈린의 뒤를 이어 실권을 장악한 흐루시초프는 미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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