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화학무기 공장 英 비밀지원 받아 건설”

  • 입력 2003년 3월 7일 01시 29분


미국이 이라크의 핵심 화학무기 생산시설로 지목한 팔루자 2 화학공장이 이란-이라크 전쟁이 벌어졌던 1985년 영국 정부의 비밀 지원을 받아 건설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6일 폭로했다.

이 신문이 단독 입수한 정부 문서에 따르면 당시 마거릿 대처 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이 공장이 겨자 및 신경가스 생산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공사인 독일 우데사의 보험 보증을 서는 등 재정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전쟁에서 수천명의 이란군에게 신경가스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폴 채넌 당시 영국 무역장관은 이라크에 화학 관련 시설을 수출하는 것을 통제하려던 미국에 계약 사실을 숨겼으며 관련 정부 부처에도 철저히 비밀에 부치도록 지시했다는 것.

그는 영국 정부의 지원 사실이 알려질 경우 국제적인 이미지 손상이 있을 것이라는 외무부의 주장과 화학무기 생산에 전용될 수 있다는 국방부의 건의를 묵살하고 “대(對) 이라크 무역에 나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지원을 강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유엔에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보유 증거를 제출하면서 이 공장을 화학무기 시설로 꼽았으며 토니 블레어 영국 정부가 지난해 발행한 이라크 관련 보고서도 이 공장을 화학무기 프로그램에 관련됐다가 재건된 대표적인 시설로 적시하고 있다.우데사는 5일 성명에서 영국 지사를 통한 공사 사실을 확인하고, “당시 이 공장은 평범한 염소 및 가성 소다 생산 공장이었다”고 밝혔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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