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개월 동안 중동에 전운이 가시지 않자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차라리 단기전이 낫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전쟁이 임박한 지금 ‘전쟁이 불확실성을 날려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은 점차 불안으로 바뀌고 있다.
▽유가하락의 걸림돌=불안심리의 뿌리는 불투명한 유가전망에 닿아있다. 91년 걸프전 직전 배럴당 4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개전 며칠 뒤 18달러로 급락했다. 그러나 비즈니스위크 최신호(17일자)는 ‘원유와 전쟁’이란 특집기사에서 ‘구조적 요인 탓에’ 당시 움직임이 재연되긴 어렵다고 예상했다.
우선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이 파업사태 전 하루 266만배럴에서 현재 155만배럴로 뚝 떨어졌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파업의 진앙지였던 국영석유회사를 아예 분할하고 임직원 3분의 1을 해고하는 등 안정화에 나섰지만 예전 생산량을 되찾기는 상당기간 어려울 전망이다.
또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능력이 하루 60만∼100만달러에 불과해 전화(戰禍)에 휩싸일 이라크의 감산분 240만배럴을 메우긴 역부족이다. 만약 이라크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유전에 보복 미사일을 쏘아대면 원유공급량은 더 줄게 된다. 나머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이미 설비를 최고조로 가동하고 있어 증산여력이 거의 없다.
▽상당기간 고유가 유지=국제적 싱크탱크들이 유력하게 점치는 시나리오는 ‘중동지역 유전이 파괴되지 않은 채 전쟁이 2∼3개월 내에 끝나는’ 경우. 그렇더라도 이라크는 적어도 6개월간 원유를 퍼올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개전 직후 40달러를 훌쩍 넘어설 원유가격이 30달러까지 떨어지는 데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이런 시나리오에 따라 미 경제는 2, 3분기중 거의 성장을 멈추고 올해 연간성장률도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를 가공, 수출하는 무역구조를 가진 한국 등 아시아경제는 미국 수출시장 악화에 유가상승까지 겹쳐 고전할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분석했다.
▽투기세력이 변수=알바로 실바 칼데론 OPEC 사무총장은 지난주 “국제 원유시장에 공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며 “최근 유가상승에 국제 원유선물 투기세력이 가세했다”고 밝혔다. 40달러에 육박한 현 국제유가 수준이 투기수요가 가세한 결과인 만큼 ‘전황(戰況)’에 따라 금세 폭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영이기자 yes202@donga.com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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