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비상선포…발칸반도 또 술렁

  • 입력 2003년 3월 13일 18시 43분


12일 조란 진지치 세르비아 총리(50·사진) 피살로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가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세르비아 정부는 진지치 총리 피살 직후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부는 성명을 통해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밀로라드 루코비치 장군과 다른 수명의 암살조직 간부가 이번 암살의 혐의자”라고 지목했다.대통령이 공석인 상태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나타나 미치치 국회의장은 “군과 경찰에 영장 없이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세르비아 최고 국방위원회도 전군에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경찰은 진지치 총리가 최근 축구를 하다가 입은 발 부상으로 목발을 짚고 천천히 자신의 방탄 승용차를 떠나 베오그라드 시내 정부종합청사로 향하는 순간 맞은편 건물에서 2명의 저격범이 총을 쏘았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 이어 암살 배후로 거명된 한 단체의 리스트에 오른 여러명을 검거했다.

급진개혁 성향의 친서방 노선을 취해 온 진지치 총리는 밀로셰비치를 축출한 유고 혁명을 주도했으며 이를 통해 총리에 올랐다. 그는 밀로셰비치 잔존 세력에 대해 강경 숙청작업을 벌여 왔으며 2001년에는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을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유엔 전범재판소에 인도, 추종자들의 암살 표적이 돼 왔다.

세르비아인들은 그를 ‘세르비아의 존 F 케네디’라고 부르며 애도했으며 수천명의 베오그라드 시민들은 12일 밤 정부청사와 그가 속한 세르비아민주야당(DOS) 건물 앞에 촛불을 들고 몰려와 계단에 꽃을 놓으며 애도했다.

한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및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전 세계 지도자들은 진지치 총리의 피살을 개탄하면서 발칸지역이 또다시 분쟁의 회오리에 휩싸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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