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목이 걸린 이번 전쟁에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끝까지 싸운다"=후세인 대통령은 지난달 미 CBS방송 댄 래더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기 우리 나라에서 명예롭게 죽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공격이 시작된 20일에도 그는 TV를 통해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어떤 경우라도 적과 싸워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 망명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연설이 생중계된 것인지, 미리 녹화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중동 전문가들도 후세인의 사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68년 권력을 잡아 79년 대통령직에 오른 뒤 여러 차례 전쟁을 치르면서 끊임없이 사임 압력을 받았지만 오히려 그는 위기를 권력강화와 집중의 기회로 활용해 왔다.
국제위기그룹의 로버트 말리 중동국장은 "권좌에서 내려오는 것은 그의 모든 입장과 전면 배치된다"고 말했다. 정치심리전문가 제럴드 포스트는 "위기에서 살아남는 법은 버티는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보 당국자들은 때문에 그가 이라크 모처에 몸을 숨긴 뒤 전쟁을 최대한 오래 끌면서 반전(反戰) 여론을 이용해 다양한 심리전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더 이상 밀릴 곳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대량살상무기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흘러나오는 망명설=그럼에도 전쟁 막바지에 후세인이 예상외로 망명을 선택할 것이라는 추측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중국신문사는 20일 후세인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 최후통첩을 하기 전 자신의 하야와 망명을 조건으로 이라크 공격 철회를 제의했으나 묵살당했다고 보도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쿠사이의 정권 계승 △이라크 정권의 전면개혁과 국민선거 실시 △주변국과 평화관계 수립 △무기 사찰단에 적극 협조 △이라크사태 해결 뒤 후세인 일가 망명 등 5개 조건을 제시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이를 정권 세습 의도로 보고 무시했다는 것.
아랍 관리들도 이라크 고위 관리들이 후세인 일가의 망명 가능성을 비밀리에 주변 아랍국들에 타진중이라고 전하고 있다.
런던의 이라크 반체제인사들은 이라크가 이란에서 이미 전쟁시 후세인 일가의 도주 승낙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으며 비아랍계 국가 가운데 6곳이 후세인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라고 AP통신은 19일 전했다.
그러나 후세인이 망명 도중 전범 재판소에 기소돼 처형되거나 반대 세력의 암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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