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쿠리티바 前시장 "서울, 사람중심의 교통정책 필요"

  • 입력 2003년 3월 20일 18시 31분


브라질 파라나주의 주도(州都) 쿠리티바시는 ‘꿈의 환경 생태도시’, ‘대중교통의 천국’으로 불리는 인구 250만명의 도시다.

쿠리티바시에 이처럼 영예로운 별명을 안겨준 자이머 레르너 전 시장(66·사진)이 방한해 20일 서울의 교통상황을 둘러보고 “차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축가 출신인 레르너씨는 1971년 34세의 나이로 쿠리티바 시장에 임명된 뒤 28년 동안 시장을 세 차례 역임하고 주지사도 두 차례나 맡았다. 차량 진입을 막아 도심을 공원으로 만들고 버스 위주의 교통정책을 펴 환경오염과 교통 체증에 찌든 쿠리티바시를 되살려냈다.

일단 정책이 결정되면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속도행정’도 그의 트레이드마크. 쿠리티바시 도심에 보행자거리를 만들 때 상인들의 극심한 반대를 피해 금요일 오후 6시부터 48시간 만에 포장을 걷어낸 것은 유명한 사례로 꼽힌다.

아침 일찍부터 버스와 지하철로 남산타워 청계천로 천호대로 테헤란로 반포대교 서울역 고가도로 등을 둘러본 레르너씨는 “서울은 사통팔달로 연결된 훌륭한 도로망을 갖추고 있지만 도심은 승용차의 진입을 막고 사람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교통수단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버스와 버스,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기 쉽게 연결해 시민들이 스스로 승용차를 갖고 나오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

특히 청계천 복원사업과 한강,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산 등에 큰 관심을 보인 그는 “서울은 도시의 개성과 정체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한강을 쿠리티바시로 옮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쿠리티바시를 모델로 ‘서울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李明博) 시장의 요청으로 서울을 찾은 그는 25일까지 서울의 곳곳을 돌아보며 환경과 교통분야에 대한 자문에 응할 예정이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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