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라크戰 악영향을 우려하며

  • 입력 2003년 3월 20일 18시 31분


아슬아슬하던 지구촌의 평화가 깨졌다. 어제 동틀 무렵 이라크 지도부의 은신처 등을 향해 날아든 미국의 크루즈 미사일은 막 잠에서 깨어난 이라크인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평화적 해결을 기대하던 전 세계 평화주의자들의 꿈도 사라졌다.

12년 만에 다시 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이라크의 악연이 참으로 끈질기다. 양국은 여전히 적개심을 불태우고 있으나 상황은 그때와는 크게 다르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같은 명백한 개전 이유가 없었고 유엔도 미국의 공격을 승인하지 않았다. ‘미국의 침공’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도 전쟁은 시작됐다. 세계 곳곳에서 반전구호가 터져 나오고 프랑스 독일 등 전통적 우방까지 전쟁에 반대했지만 미국의 ‘이라크 무장해제’ 의지를 꺾지 못했다. 이것이 오늘날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테러저지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에 우선하는 논리를 찾기 어려운 시대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전쟁을 “이라크 국민을 해방하고 세계를 심각한 위협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세계안보를 위협한다는 주장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국익을 위해 미국을 지지”하고 나선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는 그런 차원에서 이해가 된다. 한미동맹관계와 북한의 위협까지 고려하면 당연한 대응이다.

쌍방간에 희생이 불가피한 이라크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걱정이지만 더욱 두려운 것은 전쟁이 남길 후유증이다. 미국은 처음으로 예방 차원의 선제공격을 했다. 제2, 제3의 선제공격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로 평화를 위협하는 무법정권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북한이 그 말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분명하다.

전쟁을 막지는 못했지만 전쟁의 피해를 줄이고 확산을 막는 지혜마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노 대통령의 다짐대로 남북관계에 악영향이 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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