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더 늦추면 후세인 놓친다" 폭격명령

  • 입력 2003년 3월 20일 18시 34분


이라크 바그다드 하늘에 차츰 여명이 깃들고 있던 20일 오전 5시반(한국시간 20일 오전 11시반, 미국 동부시간 19일 오후 9시반). 귀를 찢는 듯한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서 요란한 폭발음과 대공포 소리가 진동했다.

바그다드 동남부 주요 시설물과 이라크 남부 바스라항 인근의 군 시설물에 미군 함정과 전폭기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 등이 날아와 터졌다. 이라크군은 쿠웨이트에 스커드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공격에 나섰다.

▽개전 명령=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자신이 설정한 최후통첩 시한을 4시간 앞둔 19일 오후 4시(한국시간 20일 오전 6시) 백악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남부 바그다드의 외딴집에 보좌관들과 함께 있으며 앞으로 몇 시간 더 머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했다.

국방부 정보 담당 요원들도 “공격을 당장 서두르지 않으면 후세인을 제거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보고했다. 회의 시작 3시간 후인 오후 7시에 부시 대통령은 2시간반 후인 오후 9시반(이라크 시간 오전 5시반)을 공격시간으로 정하고 전군에 작전명령을 시달했다.

수개월간 조율해 온 이라크 공격계획이 조정됐다. 미사일의 디지털 유도장치 프로그램이 재조정됐고 카타르의 공군 기지에서는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장착한 F-117A 스텔스기 두 대가 날아올랐다.

그러나 이 ‘H-아워’는 이미 어둠이 가시고 있는 시각. 공습은 해가 뜨기 전에(바그다드 일출 오전 6시7분) 이뤄져야 군사적인 타격과 함께 심리적인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굳이 최후통첩 시한을 1시간30분쯤 넘겨 날이 밝아지기 시작한 때를 택한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1차 공습=공습 사이렌이 울린 직후 바그다드 동남부의 2개 군 시설물에 토마호크 미사일이 떨어졌다. 미사일들은 홍해와 지중해, 북부 걸프만 등에 배치된 유도미사일 구축함 밀리우스호와 도널드 쿠크호, 공격용 잠수함 몬트펠리어호 등 모두 6곳에서 발사됐다. B-1, B-2, B-52폭격기와 F-117A스텔스 전투기도 동원됐다. 이 폭격으로 최소한 10명가량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 남부 이란-이라크 국경에 인접한 파우섬에 있는 1개 지대지 미사일 시스템, 2개 장거리 포대 등 9개의 시설물에도 미사일 세례가 퍼부어졌다. 쿠웨이트 북부에 배치된 미군이 화학무기 공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예방 공격을 가한 것.

▽2, 3차 공습=1차 공습 후 30분가량 지난 뒤 다시 미사일이 발사됐다. 목표는 1차 때와 비슷했다. 곳곳에서 거대한 연기구름이 피어올랐다. 간헐적으로 이어진 1시간반 동안의 공습에서 모두 60기 이상의 토마호크 미사일과 JDAM 4기가 발사됐다.

미국 관리들은 “본격 공격을 위한 사전정지 차원의 제한적 공습”이라고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2차 공습이 이뤄진 직후인 오후 10시15분(미국 동부시간) 대국민연설을 통해 개전을 알렸다.

▽이라크 반격=미군의 미사일 공격이 시작된 5분 후 후세인 대통령의 장남 우다이가 성명을 발표, 항전을 독려했다. 공습 시작 2시간반쯤 뒤 바그다드에는 공습경보 해제 사이렌이 울렸다. 40분쯤 뒤 후세인 대통령이 이라크 TV에 등장했다. 군복에 검은 베레, 검은 테 안경을 쓴 후세인 대통령은 준비한 원고를 읽어가면서 항전을 촉구했다.

이로부터 1시간50분 뒤인 오전 10시반경 이라크군은 쿠웨이트 북부로 2기의 스커드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어 3차례에 걸쳐 7기가 더 쿠웨이트 하늘을 갈랐다.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 등에서는 이라크군이 박격포를 발사하며 저항했다. 남부 바스라시 인근 옴카스르항에선 상륙 작전에 앞서 정찰에 나선 미·영 연합군과 이라크군 사이에 교전이 벌어졌다. 또 이라크에서 날아온 소형 세스나기 1대가 쿠웨이트 영내에 떨어졌다. 이라크측이 소형 항공기를 생물무기 운반용으로 개조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여서 미·영군 지도부의 긴장은 극도로 고조됐다.

또 이라크군이 이라크 남부의 유정(油井) 3, 4곳에 불을 질렀다는 보고가 접수됐다고 20일 오전 11시(미국 동부시간)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한편 미 공군의 헬리콥터 1대가 19일 밤 이라크 남부 지역에서 추락하기도 했다. 프랭크 소프 미 해군 대령은 “공군 MH53 헬기 1대가 작전 도중 추락했으나 승무원 6명이 모두 무사히 귀환했으며, 공격으로 격추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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