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속전속결"▼
‘충격과 두려움(shock and awe).’ 이번 전쟁의 작전개념이다. 실제로 미군은 개전 초기 이라크 지휘부에 대한 제한적 정밀 폭격에 이어 곧 맹렬한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미군은 앞으로 이틀간, 즉 개전 48시간 이내에 800여기의 크루즈미사일을 포함해 3000여발의 정밀 유도폭탄을 이라크 통신시설과 군사시설 등에 퍼부을 계획.
미군 무기의 정확도와 정보탐지 능력은 12년 전에 비해 20배 이상 향상된 상태. 1991년 걸프전 때는 투입된 폭탄 중 스마트폭탄이 7%에 불과했지만 이번에는 80%가량이 레이저, 위성 등에 의해 정밀 유도된다. 특히 크루즈미사일로 운반되는 e폭탄(전자폭탄)은 폭발하면서 번개와 같은 고에너지 전파를 발사해 이라크군의 컴퓨터 전화 무전기 등 통신망을 사실상 마비시켜 버린다.
개전 초기 1차 걸프전 때의 10배에 달하는 양의 폭탄이 퍼부어진 직후 미 지상군이 투입된다. 물론 공습도 계속된다.
쿠웨이트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요르단 등 3개 방향에서 진입한 지상군은 이미 맹폭과 통신 두절 속에서 ‘충격과 두려움’으로 전의를 상실한 이라크 정규군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은 채 개전 1주일도 안돼 이라크 전역의 3분의 2 이상을 통제한다. 지상군은 스커드미사일을 해체하고 유전을 장악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유전 방화 등 장기전 시도를 사전에 봉쇄한다. 이 단계에서 이라크측이 ‘지도부 망명을 전제로 한 협상’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조기 항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그다드에서의 시가전은 가급적 피할 방침. 대신 이미 오랫동안 축적해온 방대한 정찰 자료를 토대로 공군기가 시내 주요 시설을 공습한다. 이어 특수부대가 시내 주요 목표물 선별 작업을 펼친다. 그러면 이라크군의 대응 작전 상황이 대부분 노출된다.
다음 단계는 아파치 헬기의 헬파이어 미사일 공격. 그리고 이어 대규모 지상군이 시내 주요 시설물과 관공서를 장악한다. 동시에 파상적인 선무작전이 전개된다. 첨단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후세인 대통령의 음성과 똑같은 목소리로 이라크 군인들의 투항을 설득하는 등 교란작전도 펼쳐진다.
후세인 대통령이 도주하든,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다 사살 또는 생포되든 군사적 저항은 사라지게 되며 전쟁은 사실상 끝나 버린다. 전쟁 개시 2주일도 채 안된 시점일 것이다.
▼이라크 "게릴라戰"▼
이라크군의 기본 전략은 ‘분산, 지연, 시가전’으로 요약된다. 개전 초기 맹폭에 숨죽이고 있던 이라크군은 남부 바스라 인근 안나시리아에 첫 저항선을 만든다. 주요 도시마다 민간인 복장을 한 이라크 병력들이 시내로 진입하는 미군과 영국군을 상대로 반(半)게릴라전 형태의 시가전을 펼친다. 동시에 이라크의 미사일과 로켓도 미 지상군을 괴롭힌다.
이라크군 병력 규모는 1차 걸프전 때에 비해 절반도 채 안되지만, 6만명의 공화국 수비대, 특히 그중에서도 1만5000여명의 특수 공화국군과 저격수를 포함해 5000여명으로 구성된 특수보안기구 요원들은 최정예로 평가된다.
공습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리 분산돼 있던 공화국 수비대 병력은 바그다드에서 80㎞ 떨어진 곳과 바그다드 근접 외곽에 설정된 2개의 저지선에 집결한다. 이곳은 이미 포탄과 각종 보급품을 충분히 비축해 요새화된 상태.
마지노선이 무너져도 수만명의 이라크 정예군은 바그다드 시내로 후퇴, 시내 곳곳에서 유혈 시가전을 펼친다. 난데없이 날아오는 시민의 총격도 미군을 괴롭힌다. 폭격에 의한 ‘인간방패’ 등 민간인 희생자는 계속 늘어난다. 전쟁이 6주를 넘기면서 바그다드에서는 식량, 식수 부족으로 민간인들이 처절한 고통을 겪고 반전여론은 더욱 드세어진다.
게다가 ‘생사’의 갈림길에 선 후세인 대통령의 직접 명령에 의해서든, 아니면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 처한 일선 지휘부의 결정이든 생화학무기가 동원된다. 유전과 산유시설에서는 이라크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화재가 잇따라 발생한다.
후세인 대통령의 행방도 묘연하다. ‘최후의 성전(聖戰)’을 독려하는 목소리는 계속 들리지만, 이미 바그다드를 떠나 고향인 티크리트의 지하벙커나 안전시설에 은신했다는 첩보가 올라온다. 미국 내에서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 피해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높아진다. 날씨는 갈수록 무더워지고, 국방부 내에서도 “이대로라면 전쟁이 석달을 갈지, 3년을 갈지 오리무중”이라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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