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목표는 후세인" 일단 제한적 폭격

  • 입력 2003년 3월 20일 18시 41분


미국의 초기 공습은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

예상대로 최후통첩 시한이 1시간30분 정도 지나 공습은 시작됐으나 그 규모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수 차례 공언했던 ‘충격과 공포’에는 미치지 못하는 제한적 폭격이었던 것.

미군은 첫날 공습에서 남부 군사기지와 바그다드 시내 목표물에 대해 모두 60기 정도의 크루즈 미사일 및 유도탄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전 초기 일거에 3000여발을 쏟아 부을 것이란 예상에 훨씬 못 미쳤다.

이 같은 제한적 공습은 첫째, 미국의 공습 우선순위가 ‘환부를 도려내듯’ 사담 후세인 대통령 등 이라크 지도부의 제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CNN방송 등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국방부 관리들로부터 이라크 지도부가 아직 바그다드에 남아 있다는 보고를 받고 공격명령을 내렸다고 전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 미사일의 정확도가 1991년보다 훨씬 향상됐다는 자신감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제한공습은 민간인의 피해를 줄이는 한편 이라크 병사들의 항전 의지를 무력화하는 심리적인 효과도 볼 수 있다. 개전 이전부터 미군은 이라크군에 대해 투항을 유도하는 심리전을 펴 왔다. 개전 직전 이라크병사 15명이 투항해 왔다는 미군 당국의 발표도 이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미군의 향후 공습 양상은 초반 제한적 공습의 효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특정 목표물이 타격을 입지 않았을 경우 당초 계획한 대규모의 파상 공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지상군이 진격하기 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초토화 공습’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오전 9시(한국시간)를 전후해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결심했다고 일본의 NHK방송이 보도. 부시 대통령은 최후통첩 시한을 4시간 정도 앞둔 이날 오전 6시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아직 바그다드에 남아 있다”는 보고를 받고 개전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NHK는 전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라크 지휘 통제부를 무력화하기 위한, 제한된 목표물에 대한 공격으로 이라크전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통보를 개전 직전에야 받았다고 AFP 통신이 20일 영국 정부 대변인 말을 인용해 보도. 이 통신은 그러나 “이날 공습이 이라크에 대한 본격적인 공습의 시작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미 정부는 개전을 앞둔 19일 전국의 보안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이른바 ‘자유의 방패(Liberty Shield)’ 작전을 전개. 이 작전에 따라 의회와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등 모든연방정부 건물의 경계가 크게 강화. 워싱턴시와 시 주변의 공립학교들은 화학과 생물 테러 공격 등에 대비해 창문 틈을 테이프로 막고 부모들에게 경계심을 고조시킬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워싱턴시 보건당국은 시민을 상대로 천연두 예방접종을 서둘렀다. 워싱턴시 상공에는 모든 민간비행기들의 비행이 금지된 상태.

○…사담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는 개전 직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알샤바브 라디오 방송을 통해 미국에 대한 항전을 독려하는 성명을 발표. 우다이는 성명에서 “오늘은 우리의 땅을 수호하고 우리가 자기 희생을 원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날”이라면서 “우리는 신에게 맹세한 대로 거룩한 순교자나 승리의 영웅이 될 것”이라고 강조. 또 그는 “형제들이여, 떨쳐 일어나 적들의 목을 베고 우리는 명예로운 민족의 후손임을, 그들은 악의 후손임을 보여주자”고 독려.

○…개전일인 20일 쿠웨이트는 아랍어로 ‘샤말(shamal)’이라고 부르는 모래폭풍으로 이틀째 뿌연 먼지에 잠겨 있었다. 이날 새벽 잠에서 깨어나 개전 소식을 들은 쿠웨이트 국민은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반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지 신문들이 “이라크가 화학무기로 대응할 것”이라고 1면 기사로 보도했기 때문. 쿠웨이트 정부는 국민에게 “‘헛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정부의 공신력 있는 발표에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일 이라크 지역 주변 민간 항공 노선을 재조정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 IATA의 앤서니 컨실 아시아 태평양지역 담당 대변인은 항공 노선이 이라크 북부 또는 남부를 지나지 않게 우회하는 비상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항공도 이라크전쟁 기간에 중동과 미국, 동북아의 일부 지역에 대한 항공 노선을 줄이는 한편 이라크와의 교전 지역을 지나지 않도록 우회하는 노선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

○…일본 디즈니랜드는 미국의 대표적인 테마파크라는 점 때문에 이라크전에 따른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83년 개장 이후 처음으로 입장객의 소지품 검사를 실시. 이 회사는 “입장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만큼 안전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

○…개전 직전 백악관 주변과 뉴욕 보스턴 디트로이트 등 대도시 곳곳에서 반전시위가 열렸다. 백악관 건너편 라에이에트 공원에서는 200여명의 시위대가 몰려 이라크전을 연기할 것을 부시 대통령에게 촉구했으며 인근에서는 로마 가톨릭 평화단체인 ‘팍스 크리스티’ 회원 100여명이 원을 형성해 평화를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개전을 앞둔 19일 유엔 안보리 회의 연설을 통해 이라크전이 발발할 경우 유엔이 이라크 국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에 주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강조. 아난 총장은 이를 위해 더 많은 기부금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현재 이라크 석유 판매 대금으로 이라크 국민의 식량을 공급하는 ‘석유-식량 프로그램’을 조정하기 위해 곧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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