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CE21 韓美포럼]'한반도의 평화와 한미관계' 국제포럼

  • 입력 2003년 3월 21일 18시 45분


동아일보 창간 83주년 및 한미동맹 50주년을 기념해 2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한미관계’를 주제로 열린 국제포럼에서 발표 및 토론자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강병기기자
동아일보 창간 83주년 및 한미동맹 50주년을 기념해 2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한미관계’를 주제로 열린 국제포럼에서 발표 및 토론자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강병기기자
《동아일보사 21세기 평화재단은 한미동맹 50주년 및 동아일보 창간 83주년을 기념해 미국 미주리대 및 트루먼재단과 공동으로 2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한미관계’를 주제로 국제포럼을 열었다. 한국과 미국의 전현직 관료, 학자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한미동맹 재조정의 의미와 방향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벌어졌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14, 15일 미국에서 스탠퍼드대와 공동 주최한 국제포럼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하고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한 정책제안서를 채택한 데 이어 이번 포럼을 통해 이라크전쟁이 시작된 시점에서 당면한 북한 핵위기를 비롯해 한미동맹 강화 및 반미, 반한 감정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 대사는 21일 "주한미군은 한국을 계속 방어할 것"이라며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 조정에 따라 미군기지를 통폐합하고, 용산기지를 옮길 계획이지만 우리의 전쟁억지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버드 대사는 이날 동아일보사 21세기 평화재단과 미국 미주리대 및 트루먼재단이 '한반도의 평화와 한미 동맹관계'를 주제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국제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북한의 남침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이제는 경제 사회 문화 등으로 다변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대철(鄭大哲) 민주당 대표는 축사에서 "올해는 한국전쟁의 쌍생아인 정전협정과 한미동맹 50주년을 맞는 의미있는 해이지만 한반도 평화안정에 대한 안팎의 도전은 만만치 않다"며 "한미 양국은 한반도 위기를 제로섬이 아닌 윈윈 정책으로, 북핵문제를 동시타결 방식으로, 포괄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 참가자들은 이라크전이 발발함에 따라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래리 닉시 미 의회 아시아 조사분석관은 "이라크 공습으로 미국의 모든 관심이 중동에 쏠려있는 현 시점에서 미 행정부와 북한간 협상 채널은 더욱 경직될 것"이라며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할 경우 한반도의 위기는 더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창(金在昌)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미국이 이라크전 수행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북한은 집중적으로 불가침조약 필요성을 선전할 것"이라며 "이같은 북한의 심리적 정치적 선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한미간 안보회담 및 군사 협의채널을 가동시켜 양국간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조연설▼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이라크 전쟁으로 세계여론이 갈라졌고, 대북송금 특검법을 놓고 국내여론이 양분됐다. 한국민은 경제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한미동맹 관계를 소중히 생각한다. 북핵 문제는 한국이 당사자로서,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겠다.

▽동아일보 김학준(金學俊) 사장=한반도 위기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평화 협상을 옹호한다고 해서 북핵에 대한 유화적 접근을 허용할 수 없다. 북핵 저지는 전쟁이 아닌 외교적인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북한이 고집하는 북미대화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없고, 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상이 해법이다.

▽트루먼 재단 마이클 디바인 이사장=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 통일을 위한 핵무기 사용건의를 거부했다.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제한전(制限戰)에 머물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는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졌지만 타협하지 않았고, 퇴임 후에는 위대한 대통령 5명에 꼽히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재임시절을 회고한다면 트루먼처럼 한반도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고 생각할 것이다.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국대사=북한 지도부는 미사일 실험을 하는 등 안보 절박증에 빠져있다. 미국은 북핵 저지과정에서 한국 중국 일본과 공조하겠다. 미국은 인내심을 갖고 평화적 해법을 찾겠다. 주한미군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계속 주둔할 것이다.

▽외교통상부 김재섭(金在燮) 차관=한국이 성취한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은 한미동맹이 보장한 안보 때문이다. 한국이 이라크전쟁에서 미국을 지원하는 것도 한미간 우호관계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국사회 일각의 반미감정을 사회전체 분위기로 보면 곤란하다. 사회적 논란은 건강한 민주 사회의 증거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이라크戰과 한반도▼

이날 국제포럼은 한반도 평화문제를 주제로 다뤘지만 참석자들은 이라크전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예방적 방위차원에서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정책을 실제로 이행한 첫 사례이기 때문에 북핵 처리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경민(金慶敏) 한양대 교수는 “유엔의 지지가 없는 이라크전으로 인해 미국의 도덕성이 거론되고 반전 여론이 높지만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사용하거나, 은닉한 사실이 발견된다면 상황은 바뀔 것”이라며 “북한은 생화학무기는 물론이고 핵까지 개발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이라크보다 어려운 문제”라고 우려했다.

데릭 미첼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이라크전에서 알 수 있듯이 한미간에는 국제질서에 대한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며 북핵 문제 처리과정에서도 불협화음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핵 재처리시설을 가동해 ‘금지선(Red Line)’을 넘을지는 분명치 않지만 북한도 이라크전을 지켜보면서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게 참석자들의 의견이었다.

한승주(韓昇洲) 전 외무부 장관은 “북한이 이라크전을 지켜보면서 핵개발에 박차를 가할지, 아니면 얌전하게 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지 알 수 없다”며 “분명한 것은 한국이 미국을 지지한 것을 지켜본 북한으로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준 사장은 “우리 국민은 이라크 다음에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며 “그러나 한미동맹은 기본적으로 방어적인 조약이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은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1분과 토론…美, 한국문화 이해하려는 노력 필요▼

'한미동맹관계의 의의와 성과'를 주제로 민주당 조순승(趙淳昇) 고문이 사회를 맡은 1분과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서 나타난 '필요하면 선제 공격할 수 있다'는 변화를 읽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승주(韓昇洲·고려대 교수) 전 외무부장관은 "미국은 국내외 반대가 있더라도 정책추진을 위해서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며 "미국의 대북 공격 가능성 자체를 의심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윌리엄 드레넌 미 평화연구소(USIP) 부소장은 "미국인은 냉전시대의 동맹관계가 미래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면서 "한국의 젊은 세대가 미국을 남북관계 진전의 걸림돌로 느낀다는 것은 놀랍다"고 말했다.

데릭 미첼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전환점에 선 한미관계를 둘러싼 논란을 '성장통(痛)'으로 이해한다"며 "미국은 한국의 비난에 귀를 기울이고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한나라당 고흥길(高興吉) 의원은 "한미간 균열을 한국은 과소평가하고, 미국은 확대해석하고 있다"며 "양국 지도자는 북핵 해법을 둘러싼 견해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양대 김경민(金慶敏) 교수는 "미국은 도덕적 비난과 반전 여론에도 불구하고 유엔의 지지 없는 이라크전 개시로 국제질서 형성에서 '미국적 스탠더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택기(金宅起)의원은 "냉전붕괴 이후 세계화 과정에서는 지역블록화를 통한 호혜평등 추구가 강국과 약소국이 모두 이기는 길이다"며 수평적 한미관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이클 드바인 트루먼재단 이사장은 "9·11 테러이후 미국이 '선제공격 독트린'을 갖게 됐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2분과 토론…北 선전戰 대응 한미 안보회담 시급▼

'한국 및 미국의 대북정책 현안과 이슈'를 주제로 장달중(張達重)서울대 교수가 사회를 맡은 제2분과에서는 한미 양국이 대북 문제에 대해 상당한 시각차이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조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재창(金在昌)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한미 동맹의 현주소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며 한미간 시각차이를 악용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려스러운 한미관계의 예로 △상당수 한국인들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한국을 상대로 쓰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으며 △미국의 일부 인사들은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북한 대표단은 최근 한국정부 인사들에게 (자신들이 만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에 함께 대항하자는 제안을 한 점 등을 들었다.

김 전 부사령관은 "북한의 심리적 정치적 선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간 안보회담 등을 통해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 대사(에모리대 명예총장)는 부시 행정부가 1월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재가동키로 했지만 현 위기상황을 극복키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은 효율적인 외교정책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한국 주도 아래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의 안보를 보장한 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래니 닉시 미 의회 아시아조사분석관은 "미국이 아직까지 구체적인 북핵 문제 해결 방향을 설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하고 "증폭되고 있는 위기 해결을 위해 미국이 하루 빨리 북한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이라크전으로 인해 미국이 북핵문제에 집중할만한 여력이 지금으로서는 없다고 본다"며 "이같은 상황을 바꿀수 있는 단 하나의 조건은 불행히도 북한이 핵 연료봉 재처리를 시작했다는 점이 확인될 경우만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스태픈 브레드너 한미연합사 고문은 "만일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영변 시설을 공격한다하더라도 농축 우라늄은 은폐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워싱턴의 일부 시각은 "노무편 대통령이 반보수 및 반미 감정을 계획적으로 활용,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보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사회자로 나섰던 장달중 서울대 교수는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민감한 이야기들이 나온 것 같다"고 말하고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취임 한달도 안됐으며, 노대통령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한미간 관계를 둘러싸고 최근 불거진 문제들을 현명히 잘 해결해 나갈수 있을 것"이라며 회의를 마쳤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3분과 토론…양국관계 美-日처럼 보다 평등하게▼

‘'한미 동맹 관계-도전과 전망'을 주제로 진행된 제3분과위원회에서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반미 감정에 대한 분석과 대응 방안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졌다.

김만제 한나라당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고조된 한국내 반미 감정이 지속적인 한미 동맹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그 심각성이 일부 언론에 의해 과장 보도되고 있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또 변화하고 있는 국내외 정세속에서 기존보다 보다 평등한 한미간 관계 모색이 현안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우상(金宇祥)연세대 교수는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와 압박외교를 고려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북한과 경제적 교류를 지속해 가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현 북핵 사태를 먼저 해결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미 관계 또한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보다 평등한 체제로 전환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아시아학연구소장는 "한반도의 미래를 논의하는 뜻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