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전국 “反戰” 함성…서울-대전-광주 "파병 철회" 집회

  • 입력 2003년 3월 22일 19시 04분


22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 5000여명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난하는 반전 촛불 시위를 하고 있다. 강병기기자
22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 5000여명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난하는 반전 촛불 시위를 하고 있다. 강병기기자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이후 첫 주말인 22일 서울 대전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종묘공원에서 2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의 이라크 침공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전쟁은 석유를 탐내는 침략 전쟁인 만큼 명분 없는 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종로2가 YMCA까지 촛불 행진을 벌였다.

권영길(權永吉) 민주노동당 대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당선 전에는 미국에 할 말을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해놓고 국익을 앞세워 야만적인 전쟁을 지지한 것은 국민 배신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주의민족통일 대전충남연합도 이날 오후 3시 대전역 광장에서 시민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전시민 반전 평화대회’를 갖고 “미국의 이라크전쟁은 명분 없는 전쟁으로 중동 패권 장악과 석유를 위한 침략에 불과하다”며 한국군 파병 계획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광주전남민중연대와 광주전남통일연대는 이날 오후 광주 남구 사동 광주공원에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전쟁중단 및 평화기원’ 집회를 갖고 동구 충장로까지 ‘평화기원 거리행진’을 벌였다.

광주평화봉사단 ‘오월의 빛’은 22일 “노무현 대통령과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에게 이라크 파병결정 철회를 호소하는 편지를 ‘평화의 꽃씨’와 함께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서한에서 “한국군 파병을 통해 한반도 핵위협을 해결하려는 의도는 민족의 운명과 장래를 미국에 내맡기는 사대주의적 발상”이라며 “평화의 꽃씨가 청와대와 국회의 앞마당에 심어져 평화실현 의지가 꽃처럼 피어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충북도내 29개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여중생 사망 충북대책위원회’ 소속 회원 등 15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청주 철당간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침략을 중단하고 정부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지지 및 파병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국회가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동의안을 의결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23일 오후 4시부터 유덕상(劉德相) 위원장 직무대행 등 지도부와 수도권 간부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밤샘 농성에 들어간다고 22일 밝혔다.민주노총은 “한국군이 파병될 경우 미국이 이라크전쟁 뒤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려 할 때 국제사회에 전쟁반대와 평화실현을 요청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도 24일 오후 3시부터 광주 동구 금남로 가돌릭센터 앞에서 ‘침략전쟁 중단과 한국정부의 파병반대 및 평화실현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틱낫한스님 “美 전쟁 이겨도 마음의 상처 입을것"▼

22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반전평화염원대회’에서 틱낫한 스님이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염원하는 명상을 하고 있다. 박주일기자

세계적인 명상 전도사 틱낫한 스님(77)이 22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환경재단 참여연대 등 국내 6개 시민단체의 주최로 열린 ‘틱낫한 스님 방한기념 평화염원대회’에 참석했다. 이날 대회에는 시민 3000여명이 참여했다.

틱 스님은 “베트남전쟁에서 체험한 것처럼 전쟁의 참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지 모르지만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전쟁 중단(STOP WAR)’을 주제로 열렸으며 영화배우 안성기 문소리씨의 평화선언문 낭독에 이어 평화포럼 대표 강원용 목사, 참여연대 박원순 집행위원장, 한국여성연합 이경숙 대표, 봉선사 주지 일면 스님의 평화 메시지 전달로 이어졌다. 가수 장사익 이은미 안치환씨의 공연도 펼쳐졌다.

이에 앞서 틱 스님은 오전에 장영달 국회 국방위원장과 김홍신 의원 등 일행 30여명과 서부전선 최전방 도라전망대를 방문해 남북 평화통일을 기원했다.틱 스님은 “최근 한반도에 고조된 긴장은 남과 북이 형제자매로 맺어진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지속적인 대화와 믿음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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