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시작된 뒤 모나씨는 가족 걱정 때문에 하루에도 몇 차례씩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21일 오후 9시부터 이라크에 있는 가족과의 전화마저 끊기는 바람에 밤새 인터넷을 통해 ‘아랍의 CNN’으로 불리는 알 자지라 방송을 지켜보느라 한숨도 자지 못했다.
모나씨는 이날 오전 2시경 언니 두 명과 오빠, 남동생 등 20여명의 가족들이 사는 바그다드가 폭격당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 오후 2시경 간신히 연결된 셋째 언니 하디자(52)와의 통화에서 가족들의 무사함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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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첫 번째 폭격 때 목표지가 되었던 힐라시에 사는 둘째 언니 파티마(54)와 가족들의 소식은 아직 알 수 없다는 말에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모나씨는 “언니 하디자씨가 ‘바그다드는 전시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한 상태에서 직장인들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고 관공서도 열려 있다’며 걱정하는 자신을 달래더라”고 전했다.
83년 현대건설 이라크 지부에서 근무하던 박효종씨(50)와 결혼해 97년부터 한국에 정착한 모나씨는 “미국이 석유 때문에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라며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의 논리에만 매몰되지 말고 아랍권과 동등한 관점에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울의 무역회사에 다니는 이라크인 알리 리부주알(46·본인이 제시한 가명)은 전쟁 발발 뒤 자신이 이라크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미국 지지를 공식 발표한 한국에서 혹시 불이익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는 것. 리부주알씨는 “한국에는 10명 정도의 이라크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전쟁 발발 후에는 모두 신분 노출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모나씨의 소개로 5분가량 이어진 전화통화에서 리부주알씨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뉴스를 듣거나 수시로 예배를 보며 불안을 달래고 있다”며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 해줄 게 없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리부주알씨는 “몸은 이라크를 떠난 지 5년이 지났지만 마음만은 바그다드에 함께 있다”며 “앗 살람 알레이쿰(‘알라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이라는 뜻)”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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