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特需’ 1000억달러 美-佛 벌써부터 신경전

  • 입력 2003년 3월 22일 19시 16분


이라크전쟁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면서 전후(戰後) 처리 문제를 둘러싼 ‘개전축’과 ‘반전축’ 국가들의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수백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전후 복구 시장에서 ‘이라크 특수(特需)’를 잡으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부산해지고 있다.

▽신경전=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21일 “미국과 영국의 독단적인 이라크 전후 통치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라크 재건을 위해 유엔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전쟁의 적법성에 대한 검토를 촉구 중인 국가들은 이제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후 이라크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재건 지원을 검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AFP통신은 이날 프랑스 등 반전축 국가들이 이라크 복구 시장에서 자국 기업들이 소외될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미국 기업이 수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

▽발빠른 기업들=MSNBC는 미 행정부가 이라크 사회간접자본 복구를 위해 총 9억달러 규모의 입찰을 실시할 것이며, 지난달 핼리버튼 등 5개의 엔지니어링과 건설업체가 입찰 의뢰를 받았다고 21일 전했다.

핼리버튼 계열사인 ‘켈로그 브라운 앤드 루트’사는 딕 체니 미 부통령이 2000년까지 5년간 최고경영자를 맡았던 곳. 이임시의 계약에 따라 지금도 임금을 받고 있어 “이라크전쟁의 진짜 승리자는 체니 부통령”이라는 말도 나온다.

12년간의 유엔 경제제재를 겪으면서 이라크의 사회간접자본은 크게 낡은 상태여서 폭격으로 파손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적잖은 비용이 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재건비용이 250억∼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석유산업 분야의 시장 규모는 앞으로 3년간 50억∼150억달러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기업들은 전후 이라크 통치를 미국이 담당하게 되면 1991년 걸프전 때처럼 대부분의 복구 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나라 기업은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은 수익성을 계산하기가 어려워 걱정하고 있다. 유정의 파괴 정도 등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계약금보다 막대한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할 위험이 있다는 것. 걸프전 때도 쿠웨이트 재건 시장규모가 당초 예상됐던 1000억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250억달러에 불과했다.

또 ‘이라크 해방’이라는 거창한 명분과는 달리 미국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여론이 팽배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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