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초마다 한번씩 섬광이 보였다. 바그다드는 한마디로 지옥(inferno)이었다.”(영 전투기 조종사)
미국이 개전 이틀만에 ‘이라크 자유’ 작전을 ‘충격과 공포’ 단계로 끌어올리자 중동의 고도(古都) 바그다드가 불바다로 변했다.
▽융단폭격=영국 공군 토네이도 전투기 편대가 쿠웨이트 알리 살렘기지를 이륙, 바그다드 상공에 도착한 것은 21일 오후 9시(이하 이라크시간·한국시간 22일 오전 3시). 이라크군이 쏘아 올린 대공 미사일은 전투기보다 한참 낮은 고도에서 작렬하고 있었다. 편대는 손쉽게 이라크 대공망에 대(對) 레이더미사일(ALARM)을 날려 무력화시켰다.
30여분에 걸친 방공망 공습이 끝나자 본격적인 ‘충격과 공포’가 찾아왔다. 홍해와 페르시아만, 지중해에 정박한 미영 연합군 함정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고 항모에서 출격한 전폭기들이 정밀유도탄으로 가세했다. 미 국방부는 바그다드 티크리트 키르쿠크 모술 등의 1500개의 표적에 1000기의 크루즈 미사일을 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귀환한 조종사들은 “(말 그대로) 충격적이고 겁나는 폭격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간헐적인 공방전=쿠웨이트 북쪽 국경을 건넌 미 3보병사단은 200㎞ 북방 나시리야 이북까지 진격했다. 지상군을 공중 엄호하기 위해 출격한 F-18 호닛전투기는 적재한 500파운드의 폭탄을 투하하지 않고 그냥 돌아오기도 했다. 실제 교전 중 사망한 연합군보다 헬기 이동 중 추락사고로 숨진 병사가 더 많았다.
이스라엘 등을 미사일로 위협할 수 있는 전략거점인 이라크 서부의 비행장 2곳도 미군에 장악됐다. 북부국경 자호시에도 미군이 진입, 바그다드는 3면 협공을 당할 처지다.
그러나 남부 요충지인 바스라에 포위된 이라크군은 일부 수비대가 투항했다는 보도가 무색하게 22일 오후 2시까지도 연합군 해병대에 완강히 저항, 결국 공중폭격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났다. 미 3보병사단을 전방에서 호위하는 7기갑연대도 이날 오전 10시경 이라크군과 교전을 시작, 현 진격속도가 유지될지 미지수다.
▽바그다드 타격 노리는 미 공중강습 부대=미 101공중강습사단이 2500대의 군용차량에 나눠타고 21일 8시45분(한국시간 22일 오전 2시45분) 이라크 국경을 넘었다. 3보병사단이 이라크 남부에 확보할 보급기지를 거점으로 보병사단을 넘어 곧바로 바그다드 타격에 나서는 것이 주 임무.
3000명의 병력이 불과 6시간만에 바그다드 외곽에 투하할 수 있게 아파치 블랙호크 시누크 헬기 등이 배속됐다. 바그다드를 사수하는 공화국수비대와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 데이비드 페트라우스 사단장(소장)은 “이제는 우리 차례”라고 말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하루 폭격 1조 2500억원 날렸다 ▼
21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행해진 융단폭격으로만 최소 1조원의 천문학적인 전비(戰費)가 공중으로 사라졌다. 미 국방부가 밝힌 공습규모는 △미영 연합군 전폭기 1000회 출격 △발사된 크루즈미사일만 1000발.
이 미사일의 대당 가격은 60만∼150만달러. 대략 100만달러(약 12억5000만원)로 잡아도 1조2500억원어치가 바그다드 등에 떨어졌다는 계산이다. 연합군이 크루즈 미사일보다 선호하는 합동정밀직격탄(JDAM)도 크루즈미사일만큼 투하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직격탄 역시 대당 2만5600달러(약 3500만원)짜리다.
연합군이 탈환한 바스라 인근 알루메일라 유전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75만배럴. 배럴당 수출단가를 국제 원유시세의 2분의 1∼3분의 1 수준인 10달러로 가정하면 이곳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하루 원유 수입(收入)액은 750만달러(약 94억원)에 달한다. 133일 정도 정상조업해 원유를 수출한다면 투입된 크루즈 미사일 전비 1조2500억원을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루 85만배럴을 생산하는 북부 키르쿠크 유전까지 미영 연합군이 장악하게 되면 전비 충당은 그만큼 수월해진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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