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軍 1000여명 이라크북부 진격…쿠르드족 긴장 고조

  • 입력 2003년 3월 22일 19시 16분


터키군 1000여명이 22일 쿠르드족 자치지역인 이라크 북부로 진격하면서 이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터키의 오랜 탄압을 받아온 쿠르드족의 운명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국이 이를 암묵적으로 허용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터키군의 이라크 북부 진입은 이라크전쟁으로 인한 권력 공백을 이용해 이 지역 쿠르드족이 독립을 선언하고 이에 따라 터키 내 쿠르드 반군들도 동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최근 칼럼에서 “미국은 터키를 동맹에 끌어들이기 위해 터키군 수만명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지역으로 진군하는 것을 허락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이라크 북부에 터키군이 진격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터키군의 북부 진입이 의회가 미영 연합군의 자국 영공 이용을 승인한 직후 이뤄진 것이어서 미국의 개입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터키 의회도 “지상군의 이라크 진격 허용까지도 포함된 이번 결의안에 대해 미국도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쿠르드족들은 “사담 후세인보다 터키 정부가 더 나쁘다”고 말할 정도로 터키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터키와 쿠르드족의 갈등은 1984년 분리독립 투쟁을 벌인 터키 동남부의 쿠르드족들이 터키의 무자비한 탄압을 받으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3만명의 쿠르드족이 터키군에 의해 살해됐고 터키는 1991년까지 쿠르드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할 정도로 탄압을 계속했다.

쿠르드인들은 “터키군이 남편이 보는 앞에서 부인을 욕보이거나 동네 사람들을 모아놓고 남자들을 탱크에 묶어 죽을 때까지 끌고 다녔다”며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터키 및 이라크 내 쿠르드족 관련 일지
1984년터키 동남부 쿠르드족 분리독립 투쟁과 터키의 대대적 탄압 시작
1984∼1991년터키 내 쿠르드어 사용 금지
1991년걸프전 직후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사담 후세인 정권에 맞서 봉기. 미국, 쿠르드족에 대한 이라크 무력 진압 방관
2003년 3월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미군의 지휘를 받는 데 합의
터키 의회, 미영 연합군의 자국 영공 통과 승인 및 터키군 이라크 북부지역 파병 결의안 승인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