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은 21일에도 후세인 대통령이 미국의 19일 첫 공습으로 죽거나 크게 다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BC방송은 이날 미국 정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바그다드 남부의 주거단지에 대한 미국의 집중적인 포격이 실시된 뒤 후세인 대통령이 들것에 실려 나가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19일 밤 후세인 대통령이 산소 마스크를 쓴 채 들것에 실려 나오는 장면을 봤다는 목격자가 있다는 정보 소식통의 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CNN은 후세인 대통령과 두 아들 중 한 명이 미국의 공격이 시작됐을 때 바그다드의 주거단지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으로 미 정보관리들이 믿고 있다면서 그들이 부상했는지 아니면 죽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타임스는 이날 후세인 대통령의 장남 우다이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한 정보 관리는 “나는 후세인이 죽었다는 정보와 부상했다는 정보, 그리고 다치지 않았다는 정보를 모두 보고받았다”면서 “전시에는 모든 것이 안개 속에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1차 공습이 실시된 뒤 이라크 TV는 후세인 대통령이 그의 차남 쿠사이 및 국방장관과 회의하는 장면을 방영했고 뉴스를 진행한 아나운서는 그날 그 회의가 열렸다고 전했다.
21일 밤 이라크 국영 TV에는 군사회의를 주재하는 후세인 대통령의 모습이 방영됐다. 이는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이 개시된 이후 후세인 대통령이 TV에 세 번째 모습을 보인 것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21일 이라크 관리들의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전장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파악하는 그들의 능력과 군대와의 교신능력, 국가통제 능력 등이 상실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후세인 대통령의 운명이나 지도부가 바뀌었는지 등에 관해 정보가 별로 없어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 백악관은 후세인 대통령의 운명에 대해 “발표할 아무런 구체적 정보가 없다”고 밝혔지만 그의 생사에 관한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한편 후세인 대통령의 사촌동생으로 쿠르드족 반란 진압에 화학무기를 사용, ‘케미컬 알리’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는 알리 하산 마지드와 타하 야신 라마단, 이자트 이브라힘 알 도우리 등 3명도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美방송 "佛-후세인, 아프리카 망명 협상중" ▼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망명을 위한 비밀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미 ABC방송은 21일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후세인 대통령의 투항과 아프리카 서부 모리타니 공화국으로의 망명을 위한 비밀협상이 막후에서 진행돼 왔다”며 “채널 중 하나가 프랑스”라고 보도했다.
이어 ABC방송은 “지난해 12월 이후 프랑스 외무부 출신의 피에르 델발이 후세인 대통령과 가족에게 모리타니로의 망명을 제의하기 위해 수 차례 바그다드를 방문했다”며 “요르단에서 후세인 대통령의 차남 쿠사이측 변호사들과 구체적인 망명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이슬람국가인 모리타니는 99년 이라크와 외교관계를 단절했지만 여전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수아 리바소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21일 “프랑스의 후세인 대통령 망명지원 노력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밝혔고 모리타니의 관리들도 “후세인 대통령 가족의 망명에 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의 한 관리는 “후세인 대통령의 망명지로 이슬람국가인 모리타니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수뇌부는 사살 쪽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가 망명을 원할 경우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자국군과 이라크 국민의 피해를 줄이고 전쟁을 조기에 끝낼 수 있어 반전여론을 약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후세인 대통령 역시 전범 기소를 면할 수 있는 망명카드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미국의 분석이다. 이에 앞서 바레인의 하마드 국왕은 19일 공식성명을 통해 망명처 제공을 제의한 바 있다.
한편 쿠르드족 지도자와 이라크 반체제 인사들이 이라크 공화국수비대의 고위 인사들을 만나 이라크군의 항복에 대한 협상을 벌였다고 CNN방송이 21일 보도했다. 이 협상에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 관리들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영 연합군은 또 개전에 앞서 지난 몇 달간 이라크군의 항복을 권유하는 내용의 전단 1500여만장을 뿌렸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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