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연합군이 21일 오후 9시2분(이하 현지시간)부터 12분까지 10분여간 쏟아부은 1000여기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포함한 1500여기의 폭탄은 바그다드의 티그리스강 서쪽 둔치의 대통령궁 등 후세인 대통령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주요 거점에 떨어졌다. 22일 오전 5시반, 오후 2시반경 이어진 공습으로 500여기의 미사일과 폭탄이 더 쏟아졌으며 연이은 공격으로 대통령궁 내 박물관, ‘평화궁’ 등도 반파됐다.
21일 밤 티그리스강 오른쪽에서 바라본 대통령궁 폭격 장면은 거대한 비디오게임을 연상케 했다고 영국의 가디언지 등은 전했다. 한 건물이 미사일을 맞으면 곧이어 B52 전폭기 등이 인근 건물을 가격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바그다드 내 알 킨디 병원에서 일하는 알 자두 박사는 “건물에서 잇따라 화염이 일어나 마치 연속해서 담배에 라이터불을 붙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라크 공화국수비대들도 연합군 전폭기와 미사일을 향해 다연장 로켓과 대공포로 응사했지만 바그다드 상공에서 만들어진 거대한 ‘불꽃놀이’의 ‘조연’에 그쳤다고 CNN방송 등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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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야간 공습에 바그다드에는 20일 새벽 첫 공습 때와는 다른 공포감이 번지기 시작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21일 밤 공습 이후 대통령궁 인근에는 앰뷸런스 10여대가 부상한 것으로 보이는 시민들을 실어 날랐다. 공습으로 팔과 다리에 포탄 파편이 박힌 아흐메드 사바르(18)의 아버지는 “누가 우리 아들에게 이런 짓을…”이라며 울먹였다. 하지만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은 시민들은 집에서 나와 티그리스강 식당 등에 모여 거대한 화염을 구경하기도 했는데 이들은 궁금증과 체념이 뒤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연합군의 공격으로 이라크의 각종 고대 유적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1일 공습으로 폭격당한 대통령궁 내 박물관을 비롯해 이라크 내 유일한 세계문화유산인 ‘하트라의 인물상’과 ‘카드마인 성전’ 등이 파손될 수 있다는 것. 이라크는 메소포타미아문명의 발원지로 수메르와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이슬람 문화가 차례로 번창했던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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