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자지라TV "CNN 비켜라"…현장위주 화면 강렬한 인상

  • 입력 2003년 3월 25일 18시 44분


알 자지라 TV 로고.
알 자지라 TV 로고.
“그동안 화려한 ‘불꽃놀이’에 가려졌던 전쟁의 이면을 들춰내 보여주고 있다.”

아랍권 최대방송인 카타르의 위성방송 알 자지라 TV가 CNN을 제치고 아랍권 전황(戰況) 보도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지는 25일 “알 자지라 방송의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서방 매체의 시각에서 벗어나 중동 분쟁을 접하게 됐다”며 “보도 내용도 대부분 현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CNN 등에 비해 덜 ‘관념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 신문은 “1991년 걸프전이 CNN을 만들었다면 이번 이라크전쟁은 CNN의 약점을 두드러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알 자지라 방송은 방송과 인터넷 사이트(www.aljazeera.net)를 통해 설명보다는 현장을 위주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23일에는 연합군의 폭격으로 머리가 반쯤 없어진 12세 소년의 시신을 그대로 내보내 시청자와 네티즌들을 경악케 했다. 또 이라크 나시리야 전투에서 붙잡힌 미군 포로의 인터뷰와 미군 전사자의 시신을 여과 없이 보여줘 미국으로부터 “포로의 지위 등을 규정한 제네바 협정을 위반했다”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때마침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는 25일 알 자지라 방송측에 이날부터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 “보안상 이유로 출입 매체 수를 줄이겠다”는 게 표면적 이유이나, 알 자지라는 “갑자기 출입 금지령을 내린 것은 이라크전쟁 보도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섬’이라는 뜻의 알 자지라는 카타르 국왕인 알타니 일가가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96년 11월 개국한 반민영-반관영 방송이다. ‘하나의 의견과 그와 다른 의견’을 모토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독재자”라고 보도하는 등 아랍권에서 가장 큰 언론자유를 누리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왔다고 알자지라 방송 홍보팀은 전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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