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러시아 회사서 이라크에 무기수출" VS 푸틴 "사실무근"

  • 입력 2003년 3월 25일 18시 44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라크전 현안을 전화로 논의하는 자리에서 설전(舌戰)을 벌였다.

부시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 회사가 이라크에 금수 대상 군사장비를 제공했다”며 강력한 우려를 전달하고 중단을 촉구했다고 외신들이 25일 전했다.

부시 대통령이 거론한 군사장비로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장치와 야간투시경, 대전차 유도미사일 등이다.

이라크 전장의 지휘관들은 그동안 정밀 유도무기들의 일부가 목표물 근처에서 빗나가는 경우가 있다며 이라크가 GPS 교란장치를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불만을 표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군사장비 수출 사실 자체를 강력히 부인하면서 오히려 “미국이 이라크 주민들을 큰 재앙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의 전화통화가 끝난 뒤 백악관과 크렘린 대변인들은 다시 공방을 벌였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두 정상의 전화회담 뒤 “미국은 러시아 회사들이 이들 첨단장비를 이라크에 제공했다는 믿을 만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뉴스전문채널 폭스 뉴스는 ‘KBP 툴라’, ‘아비아콘베르시야’ 등 러시아 방산업체들이 유엔 제재를 위반하면서 이들 장비를 공급해 왔으며 러시아 기술진이 이번주까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있었다고 전했다.

크렘린궁도 성명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이 인구 120만명의 이라크 제2의 도시 바스라를 포위해 주민들이 식수 부족으로 큰 재앙을 맞고 있다”며 “먼저 이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되받았다.

결국 플라이셔 대변인은 “두 정상은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면서 “분명히 해소돼야 할 문제들이 있었다”고 마무리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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