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를 제외한 아랍국들은 외형적으로는 여론을 감안해 미영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고 있다.
아랍연맹은 24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외무장관 정례회의에서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철수를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이어 아랍에서 유일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인 시리아는 이날 아랍을 대표해 ‘이라크 침략 중단’ 결의를 위한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회원국 중 유일하게 쿠웨이트는 결의에 반대했다.
그러나 전쟁 반대 국가들도 상당수는 미국과의 이해관계 때문에 뒤편에서는 전쟁 지원을 은밀히 모색하는 등 복잡한 상황이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침공 규탄 결의문 채택을 둘러싸고 친미와 반미 진영으로 갈려 설전을 벌였다.
미군 중부사령부가 주둔하고 있는 카타르 대표는 논의 도중 “오늘 회의는 여론을 달래기 위해 개최된 것에 불과하다. 이런 회의는 유익하지 않다”면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전쟁을 확실하게 반대하는 나라는 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시리아는 이라크 내에서 미군 미사일 공격을 받은 버스에 자국민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지자 24일 미국과 영국의 주재 대사를 불러 공식 항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날 이라크 공격을 조기에 중지할 것을 촉구하고 전쟁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터키는 쿠웨이트 카타르와 함께 공개적으로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터키는 쿠르드 반군들을 소탕하려는 계산에서 이라크 북부에 지상군을 파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연합군의 오인공격 및 쿠르드족과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해 이를 만류하고 있다.
요르단 정부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압둘라 2세 국왕은 미영 연합군 전폭기의 요르단 이륙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미영 전폭기들은 연일 요르단 상공을 가르고 있다. 또 이미 추방한 3명의 이라크 외교관 대신 다른 3명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라크의 오랜 앙숙이면서 반미 국가인 이란은 24일 아예 중립을 선언해버렸다. 그러나 정부 산하 이슬람기구는 반전 시위에 참여하라고 국민들을 독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주변 아랍국들도 분열과 무기력, 민심 이반 등 직·간접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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