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무의 이날 합의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날 3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이라크전 파병은 한미간의 신뢰관계를 더욱 강화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거듭 요청한 데다 자꾸 시간을 끌 경우 상황이 더 꼬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반전 여론이 여전히 거센 데다 일부 의원들도 파병반대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어 동의안 처리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여야 의원 29명이 참여한 ‘반전·평화 의원 모임’ 소속 김영환(金榮煥·민주당) 의원은 “충분한 국민적 토론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본회의 당일 공청회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의원 중 일부는 시민단체들이 파병안 찬성 의원에 대해 낙선운동을 예고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데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 한 의원은 “찬성 의원 명단이 언론에 공개될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파병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비공개로 만나 설득에 나섰으나 쉽지 않은 분위기다. 김근태(金槿泰) 심재권(沈載權) 의원 등은 이날 여야 총무가 28일 처리를 합의한 뒤에도 “이라크전을 지지할 경우 북핵 문제 해결이 오히려 어렵게 될 수 있다”며 국익 차원에서 파병에 반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나라당은 앞장서서 파병안에 찬성할 경우 반전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노 대통령과 민주당이 ‘결자해지(結者解之)’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소장파를 중심으로 파병 반대 목소리가 점차 강해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한나라당측에서 “민주당이 권고적 당론이 아닌 찬성 당론을 정해야 한다”(이규택·李揆澤 총무), “노 대통령이 무조건 국회에서 해결하라는 것은 파병에 따른 부담을 한나라당에 돌리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하게 한다”(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는 등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런 당 안팎의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양당 지도부는 이에 따라 파병 동의안 찬성 당론을 정하되, 이를 구속력이 없는 권고안으로 해 소속 의원들의 자유투표를 허용하는 방안을 채택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공병을 제외하고 의료지원단만 파견하자는 김경재(金景梓·민주당) 의원의 수정안도 경우에 따라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수정안에는 여야 의원 30명이 서명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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