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노조 “이라크戰 파병땐 파업”

  • 입력 2003년 3월 28일 18시 34분


서울지하철공사(1∼4호선) 노조가 정부의 이라크전쟁 파병 방침에 맞서 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하철공사 배일도(裵一道) 노조위원장은 “27일 열린 집행간부회의에서 정부가 병력을 파견하거나 미국이 침략전쟁을 계속할 경우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노조는 조만간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쟁의대책기구를 구성하고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시민들을 대상으로 파업 설문조사 및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의 절차를 밟아 파업을 확정할 예정이다.

배 위원장은 “미국의 패권주의적 힘의 논리를 방치할 경우 한반도에서의 전쟁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마땅한 저항수단이 없는 시민들을 대신해 공기업 노조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조는 노동현안뿐 아니라 사회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전국 최강’ 지하철 노조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면 노조의 기능과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전국 단위의 노동자 단체도 최근 이라크전 파병이 이뤄질 경우 총파업 또는 ‘전 국민 일손 놓기 운동’ 등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지하철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노동부는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은 현행법상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단체교섭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만 허용되는 것이며 정치적 이유로는 파업을 벌일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시민들과 지하철공사 내부에서도 반대의견이 많다.

직장인 이모씨(40)는 “파병에 반대하는 것이야 자유지만 아무런 잘못도 없는 시민들의 ‘발’을 묶겠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파병 반대와 파업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비난했다.

또 ‘검수원’이란 이름으로 노조 인터넷 홈페이지에 ‘정치적 파업은 반대한다’는 글을 올린 한 조합원은 “반전운동은 각자에게 맡겨야 한다”며 “반전에 쓸 힘으로 조합원 징계해제 등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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