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모가디슈 작전을 다룬 베스트셀러 ‘블랙호크 다운(Black Hawk Down)’의 저자이자 ‘디 애틀랜틱’지 기자인 마크 보든이 27일 미국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내용이다.
그는 기고문에서 초읽기에 들어간 미영 연합군과 이라크군과의 바그다드 전투가 처참한 실패로 끝난 93년 모가디슈 전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군의 전력은 모가디슈 전투 당시 미군 병력보다 압도적인데도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은 더 크다”는 것.
‘블랙호크 다운’은 미군이 92∼93년 소말리아의 군부 독재자인 모하마드 파라 아이디드 장군을 축출하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고도 18명 이상의 전사자를 내고 퇴각한 사건을 다룬 논픽션 소설. 2001년 영화화되기도 했다.
보든씨는 기고문에서 “바그다드 전투의 결과는 이라크인들이 쥐고 있다”면서 “후세인과 부시는 각각 이라크인들이 자신에게 동조할 것으로 장담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후세인쪽으로 기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그 근거로 “전쟁이 민족주의를 강화한다”며 “연합군의 폭격으로 가족과 이웃, 주민이 죽는 것을 본 이라크인들은 후세인 축출로 누리게 될 자유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연합군을 적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미군이 92년 모가디슈에 병력을 파견했을 때만 해도 아이디드의 폭정에 시달렸던 현지 주민들이 미군을 환영했다. 그러나 93년 아이디드를 붙잡는 과정에서 오폭 등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사망하면서 주민들은 미군에게 점차 저항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아이디드가 미군으로부터 탈출하면서 그는 현지 주민들의 ‘영웅’으로 급부상했다는 것.
바그다드에 대한 오폭으로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개전 초기 제거될 것으로 기대했던 후세인 대통령이 버젓이 TV 연설에서 성전(聖戰)을 독려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상황인 셈이다. 보든씨는 “더구나 이라크인들은 연합군을 거의 반기지 않고 있으며 공습에 의한 ‘충격과 공포’를 (연합군의) 기대 이하로 받은 것 같다”며 전황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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