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관련 기업들이 이라크 전선에서 소리 없이 뛰고 있다. 주로 미국과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회사인 이들은 이라크 패주병들의 유정(油井) 방화에 대비, 기술적인 노하우를 병사들에게 가르치는 등 연합군의 전쟁비용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일 미영 해병대가 이라크에서 두 번째로 큰 바스라 남쪽 루메일라 유전을 장악했을 때 가장 먼저 투입된 후발대는 영국 516특수공병대.
폭탄해체 등이 전문인 이들은 가장 먼저 곳곳에 흩어진 17개의 원유-가스 분리설비, 5개의 유정펌프부터 찾아내 가동된 펌프를 정지시키고 유정에서 원유가 뿜어져 나오는 최종 밸브를 잠갔다. 그러나 9개의 유정은 이미 화염에 휩싸였고 다른 유정 상당수에도 폭탄이 장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경제지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27일 전투에 참여한 장교들의 말을 인용해 “미영 공병대원들이 개전에 앞서 이라크 유정과 비슷한 설비를 갖춘 쿠웨이트 부르간 유전에서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OC) 및 영국의 BP, 미국의 석유회사 직원들로 구성된 예비군들로부터 필요한 기술을 배웠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영국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공병들이 이미 영국 노팅엄의 본부에서 다국적 석유그룹인 로열 더치 셸 그룹을 퇴사한 예비군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받은 ‘교육내용’은 유전에서 원유가 추출되는 공정과 유독가스 판별법, 화재진압법 등. 특히 미 텍사스에 본사를 둔 유정화재 전문기업 ‘부츠앤드쿠츠’는 미 국방부와 계약을 하고 유정화재 진압훈련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브라이언 크라우스 사장은 “비상시 행동요령을 적은 카드를 병사들이 소지하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석유기업 중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이 핼리버튼사. 딕 체니 미 부통령이 백악관에서 일하기 전인 2000년까지 최고경영자로 일했던 이 회사는 이라크의 석유산업을 재건하는 밑그림을 그리는 데 참여했다.
이번 전쟁이 이라크 석유자원 확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은 미 언론도 인정하는 부분. 그러나 미국과 영국은 전쟁과 석유자원의 연관성에 대해선 언급을 일절 회피하고 있다. 훈련을 지원했던 석유회사들도 대개 ‘석유이권을 입도선매하려 한다’는 세간의 의혹을 의식, WSJ의 보도에 대해 완곡하게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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