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종군기자 르포]"연합군, 굶주림과 무력감에 빠져"

  • 입력 2003년 3월 30일 15시 47분


이라크 바그다드를 향해 북상중인 미군과 영국군은 쿠웨이트로부터 500㎞에 이르는 보급로를 완전히 확보하지 못해 물과 식량, 연료 등을 제대로 보급 받지 못하고 있다. 연료 부족으로 북상 진격을 멈춘 병사들은 하루 한끼 분 식량마저 없어 굶주림과 무력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다음은 일본 아사히신문의 노지마 쓰요시(野嶋剛) 종군기자가 29, 30일 이라크 남부 쿠탈하이에서 보내온 현지 르포. <편집자 주>

기자가 동행하고 있는 미군 제1해병사단 제1연대에서는 휴대용 식량 배급이 28일 하루 2끼 분으로 줄었다. 그러던 것이 29일에는 하루 한 끼 분으로 줄었고 29일에는 낮 12시 현재까지 한끼도 배급되지 않았다. 휴대용 식량 팩 안에는 스테이크, 양념을 끼얹어 구운 닭고기, 과자 등이 들어 있어 2끼 분 만으로도 하루 필요한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끼 분으로는 전선의 병사들이 하루를 버티기 힘들다.

식량 제한공급이 시작된 28일부터 병사들 사이에는 지친 기색이 퍼져가고 있다. 부대의 전진도 멈췄기 때문에 할 일이 없어진 병사들이 길 가에 드러누워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 온다. 군 기율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다. "아직 전쟁이 초반인데 이래도 될까"라고 중얼거리는 병사도 있다.

기자도 하루 한 끼 식량이 모자라 배가 꼬르륵 거렸다. 전에 먹다 남겨두었던 휴대식량을 꺼내 조금씩 아껴 먹었다. 군수 담당 하사관은 "오늘 중으로 보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큰 일인데…"하며 초조한 표정이다.

이 부대는 당초 28일 군용차 급유가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29일 오전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료가 부족해 부대가 바그다드쪽으로 북상하는 속도가 크게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28일 오후 6시 도착해 머물고 있는 '쿠탈하이'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에 있으며 쿠트까지는 북쪽으로 30㎞ 더 가야 한다. 이곳은 역사적으로 농업이 번성했던 지역이다. 주위에는 낮은 나무 숲과 보리밭이 이어져 있다. 이곳에 오는 동안 수백m마다 서너 채의 민가가 보였는데 어디서 민병대가 공격해올지 몰라 미군은 불안해했다.

대위는 "구 소련제 휴대형 대전차로켓(RPG) 사정거리인 500m 이내의 민가와 건물이 안전한 지 확인해야 한다. 민병들이 민가에 숨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병대는 RPG 공격 뿐 아니라 일반차량에 탄 채 미군 행렬을 향해 돌진하며 소총을 쏘는 자폭공격도 한다.

28일 아침 보병부대가 국도 7호선의 교차점을 경계하던 중 소형 트럭 한대가 달려왔다. 미군들이 아라비아어로 "정지" 경고를 보냈지만 그 트럭은 이를 무시하고 이중으로 된 정지선을 넘어 계속 전진해왔다. 운전석을 향해 기관총이 발사됐다. 차량에 가서 안을 들여다보니 운전수는 숨져 있었다.

(편집자 주:종군기자가 보내는 모든 기사는 미군 당국의 사전검열을 받고 있다. 이 기사에는 숨진 운전수가 피난길 민간인이었는지, 미군을 공격하려던 민병이었는지 명확하게 기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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