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헬미 주한 이집트 대사는 1일 본보와의 인터뷰를 자청, ‘이라크전쟁’을 바라보는 중동국가 사람들의 시각을 전해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헬미 대사는 국내 언론 보도에 대해 “91년 걸프전 때와 비교하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시각의 보도가 많아졌지만, 한국의 경우 아직도 미국에 편중된 정보전달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헬미 대사는 우선 한국민의 반전시위에 대해 ‘순수한 시도’로 해석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반전과 비폭력을 외치는 한국 사람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높이 사고 싶다”며 “이라크 현지까지 가서 반전시위를 하는 한국인의 모습은 아랍인들에게 적잖은 감동을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국적 상품 불매운동과 같은 시민운동에 대해서는 “일시적 감정적 행동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냉정한 시각을 견지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는 “유엔 사찰단이 요청했던 대로 이라크에 사찰 받을 시간을 충분히 주었더라면 이 같은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칙을 무시한 미국의 부당한 무력사용은 또 다른 국가에 대한 무력 사용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희생당하고 있는 것은 민간인들이다”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한 헬미 대사는 한국민들이 전쟁 이후 벌어질 민간차원의 구호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이집트는 구호물품이나 의료봉사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정부에 대해서도 “전쟁으로 발생할 이라크인의 난민지위 보장을 위해 지원과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양민을 볼모로 삼는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비난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절대적 표준이 되는 민주주의가 세상에 존재하기는 어렵다”며 “전후 이라크에서 미국 주도에 의한 인위적인 정권 교체는 또 다른 혼란과 분쟁만 불러일으킬 것 같다”고 우려했다.
헬미 대사는 2일 국회에서 승인한 한국의 비전투병 파병문제에 관해서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존중한다”며 말을 아꼈다. 2001년 9월에 한국에 부임한 헬미 대사는 94년부터 주일 이집트 참사와 이집트 외무부 극동아시아 담당과장 등을 지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