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7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전후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이 이르면 8일 이라크 과도정부를 설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6일 보도했다. 또 뉴욕 타임스는 쿠웨이트와 바그다드 근처에서 제이 가너 미 예비역 육군 중장을 중심으로 수백명의 미국 출신 퇴역 군인, 외교관, 구호활동 전문가들이 미국이 선별한 소수의 이라크 망명자 및 영국 관리들과 함께 전후 처리 실습에 돌입했다고 6일 보도했다. 이들의 실습에 유엔은 철저히 배제돼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현지 분위기와 상관없이 국제 외교무대에서의 논의는 ‘미국 주도냐, 유엔의 역할 확대냐’에 모아지고 있다. 특히 구호활동의 상당 부분을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이 담당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전후 통치와 석유산업 재건이라는 정치 경제적 이권을 둘러싼 대립은 미묘하다.
이에 대해 미국의 내부 방침이 아직 조율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5일 과도정부에서의 유엔 역할과 관련,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일 “현재로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반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대화가 이미 시작됐다”고 말해 분명한 시각차를 노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은 결국 전후 통치에서 유엔을 최대한 배제할 것으로 보인다. 과도정부를 급하게 세우려는 움직임이나, “가능한 한 빨리 이라크인들에게 정부를 넘겨주겠다”는 가너씨의 발언 등이 이를 시사한다.
반면 국내 여론과 다른 유럽국을 무시할 수 없는 블레어 영국 총리는 유엔 역할의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
반전 국가들도 최근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낮추면서 이에 가세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5일 전화통화에서 유엔의 역할을 강조했고 중국도 4일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도 이날 전후 이라크에 파병될 유엔파견군에 독일군도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라크 반체제파인 시아파의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SCIRI)와 이라크 북부에서 미군을 돕고 있는 쿠르드족은 최근 “과도정부는 민족의 존엄과 독립을 위한 것”이라며 미군통치 반대와 과도정부 참여 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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