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砂발원지를 가다]<中>몰려오는 사막, 떠나는 주민

  • 입력 2003년 4월 7일 18시 14분


황사조사단의 박인성 연구위원이 중국 네이멍구 우란바쑤 마을 어귀에 있는 옥수수밭의 토양을 살펴보고 있다. 추수가 끝난 밭은 흙을 잡아줄 식물이 없어 사막처럼 변해 있다. -네이멍구〓전영한기자
황사조사단의 박인성 연구위원이 중국 네이멍구 우란바쑤 마을 어귀에 있는 옥수수밭의 토양을 살펴보고 있다. 추수가 끝난 밭은 흙을 잡아줄 식물이 없어 사막처럼 변해 있다. -네이멍구〓전영한기자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우란바쑤(烏蘭巴蘇) 마을에 살고 있는 거펑취안(盖鳳全)은 30여년 전 다른 주민과 함께 서쪽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왔다. 거씨는 “그 전에 살던 마을에는 모래가 너무 많이 날아와 도저히 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2200여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다시 사막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전 마을을 삼켰던 모래 사막은 이 마을에서 불과 1㎞ 앞까지 다가와 있다. 일단 나무 방벽과 웅덩이로 사막의 전진을 막았지만 언제 사막이 마을을 덮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다른 주민인 장위콴(張玉寬)은 “대기에 모래가 섞여 있어 천식환자가 많고 지하수에도 모래가 많아 아침에 쌀죽을 먹고 나면 그릇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황사의 1차 원인은 사막과 황토 고원, 반초원 지대의 기후 및 지형 조건 때문이다. 황사 발원지는 워낙 비가 적게 내려 풀과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고 땅은 말라 사막이 된다. 그러나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인간의 활동이 이 지역에 사막화를 촉진하는 2차 원인이 된다.

▼연재물 목록▼

- <上>중국 서북 사막지대

란저우 냉대 및 건조지역 환경연구소에서 만난 둥즈바오(董治寶) 박사는 “2000년대 들어 중국에서 매년 서울의 5배에 달하는 3000㎢의 땅이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90년대와 비교해 매년 사막으로 변하는 땅이 20%나 늘어났다. 중국 정부는 사막화로 약 4억명의 중국인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사단은 우란바쑤 마을에서 사막화의 원인 하나를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사막 주변의 초원 지대를 개간해 옥수수를 키운다. 마을 어귀의 밭에 가 보니 추수가 끝나고 10여㎝만 남은 옥수숫대가 박혀 있었다. 조사단원이 옥수숫대를 잡아당기자 해변에서 막대기를 뽑듯 힘없이 뿌리째 뽑혔다. 바짝 마른 고운 황토가 모래처럼 땅을 덮고 있었다. 그곳을 걸을 때마다 발목까지 흙 속에 파묻혔다. 심한 사막화가 진행되는 현장이었다.

전북대 이강원 교수는 “이곳이 초원 지대였을 때는 풀이 흙을 붙잡아 황사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인간이 심은 작물은 추수가 끝나면 겨울과 봄에 흙을 그대로 노출시켜 황사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베이징대 원동욱 박사는 “중국은 50년대 이후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을 통해 대규모 개간사업을 했으며 80년대 개방정책 이후 개인이 불법적으로 개간한 땅도 많아 초원 지대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이것이 황사가 심해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네이멍구 아오한치의 초원에서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네이멍구〓전영한기자

사막화의 원인은 개간만이 아니다. 조사단이 중국 서북 사막을 찾아가기 위해 중간에 들른 징타이(景泰)현의 대표적인 특산품은 면양의 털로 만든 모직물이다. 옷감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양고기는 중국에서도 맛있기로 유명하다. 고속도로 주변의 들판에는 어김없이 양들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양들이 사막화의 또 다른 주범이다.

대규모로 치는 양은 초원 지대에서 그나마 나 있는 풀들을 남김없이 뜯어먹는다. 먹을 만한 풀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조차 양은 흙을 파내 풀뿌리를 먹는다. 양떼가 한번 지나가면 초원에는 남는 것이 없을 정도다. 중국환경과학연구원 가오지시(高吉喜) 소장은 “몇 년 동안 복원작업을 해 애써 풀밭으로 돌려놓은 땅도 한번 양을 치면 다시 사막으로 바뀐다”며 “개간보다 방목이 초원에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황사 발원지의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자원을 마구 채취하는 것도 사막화를 촉진시키는 한 원인이다.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왕칭윈 부연구원은 “예전에 네이멍구와 서북지역에서 주민들이 땔감용 나무를 베거나 약용식물을 많이 캐 땅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강 상류에서 농사에 쓸 물을 빼내는 바람에 하류에서 사막화가 일어나고 지하수가 고갈돼 땅이 척박해진다. 왕 부연구원은 “이곳 주민들에게 자원 채취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수단을 제공해야 사막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커얼친 시막(중국)〓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황사의 다양한 이름▼

베이징 주민에게 ‘황사(黃砂)’를 한자로 써서 물어봤더니 모래가게를 가리켰다. 그 가게에는 ‘황사 팝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중국에서 황사는 말 그대로 누런 모래였고 우리가 뜻하는 황사는 ‘사천파오(沙塵暴)’라고 부르고 있었다. 황사라는 말은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사용된다. 답사기간 중 베이징에서 만난 북한 여성인 한연옥씨(24)는 “지난해 봄 황사가 불어왔는데 그렇게 심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1960년 북한에서 출판된 ‘조선말사전’에는 황사를 ‘흙비’라고 써 그렇게 부르는 줄 알고 있었는데 북한 주민들도 황사라고 부른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

과거 기록을 보면 황사 현상에 대해 흙비(土雨, 雨土)라고 표현하고 있다. 서기 174년 신라 아달라왕 때의 기록이 가장 오래된 것이며, 천문과 기상현상을 기록한 서운관지(1818)에는 ‘흙비는 사방이 어둡고 혼몽하고 티끌이 내리는 것 같다’고 기록돼 있다. 황사라는 말은 일제강점기부터 사용됐다.

서양인에게 황사를 ‘Yellow Sand’라고 하면 잘 모른다. 서양에서는 황사가 ‘Asian dust’로 알려져 있다. 사하라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는 ‘Saharan dust’라고 불린다.

전영신·기상청 연구관

▼北京이 묻힐라▼

답사 길에 들른 베이징의 3월 하늘은 약한 황사 기운과 스모그의 영향으로 잔뜩 찌푸려 있었다. 마스크를 하고 망사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줄지어 자전거를 타고 간다. 간혹 강한 황사바람이 덮치면 자전거 대열이 흐트러지고 넘어지기도 한다.

홍콩의 일간지 홍콩명보는 2000년 ‘중국 정부가 황사 때문에 천도를 검토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보도했다.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했지만 그만큼 베이징은 모래바람에 떨고 있다.

베이징의 황사 문제가 공식 제기된 것은 1979년 3월 2일 광명일보에 ‘모래바람이 베이징성을 조이고 있다’는 기사가 실린 뒤부터다. 그 후 다른 신문에도 ‘적병이 성 밑에 도달해 있다’는 기사가 잇따라 실렸다. 베이징 주민들은 사막화를 과거 중국을 침입했던 북방 유목민족만큼 두려워하고 있다.

조사 결과 베이징 황사의 원인은 시 내부의 모래층 토양과 외부의 사막화 토지로 밝혀졌다. 이후 1980년대 말부터 베이징에서 대대적인 녹화사업이 시작됐다. 베이징에서는 건설 공사 때 나무 한 그루를 살리기 위해 건물 위치까지 바꾸거나 중심가의 낡은 건물을 헐고 공원을 조성한다. 물론 지하수 사용과 건설 공사장의 분진도 엄격히 규제한다.

그러나 네이멍구와 서북 지역의 사막화가 확대되면서 불어오는 모래폭풍(沙塵暴)은 어쩔 도리가 없다. 특히 2000년 봄에 베이징에서 북쪽으로 70여㎞ 떨어진 농경지가 모래에 덮이는 사태가 일어나자 수도 베이징도 모래에 덮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사막화와 모래폭풍을 막을 수 있는 각종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박인성·국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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